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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니 옛 생각이 솔솔 피어납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느낌이 아닐까 싶은 것을 보면 점점 길어지는 밤시간이 주는 선물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겨울을 입에 담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오늘은 잠시 옛날을 회상하는 글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양은이나 노란 철제로 만들어진 추억의 "벤또(도시락)"로부터 말입니다.

예전의 학급생활을 떠올리기라도 하는 양이면 어김없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도시락"일 겁니다. 시골에서 생활하다 서울로 전학을 온 불탄과 같은 학생들에게는 "벤또"라는 말이 더 친숙할 테지만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펼쳐놓는 그 하얀 색 양은이나 노란 색 철제로 만들어진 도시락을 통해서 그 친구의 가정형편까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주구장창 생김치, 신김치, 볶음김치를 싸오는 친구보다는 고추장과 참기름에 무친 오징어채나 계란 입힌 소시지를 싸오는 친구들이 인기가 많았었지요.

그런데 평소에는 끔찍이 싫어하던 주번이라는 귀찮은 자리를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면 서로 하고 싶어 난리를 쳤습니다. 원래 주번이라는 것이 60~70명이 되는 학급 친구들이 매일, 또는 매주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칠판도 지우고, 칠판 지우개를 털고, 점심시간이나 체육시간에 맞춰 주전자에 물도 떠다 놓고, 사사로운 심부름도 해야 하는지라 모두가 싫어할 수밖에 없는 자리여야 하는데 말이죠.

왜냐하면......? 추운 날씨의 체육시간에도 교실을 지켜야 하니 운동장에 나가지 않아서 좋고, 수업시간이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조개탄 난로를 살핀다는 명목으로 움직일 수도 있으며, 난로 위에 놓여진 도시락의 위치를 수시로 바꿔줌으로써 너무 타거나 차지 않게 조정해 줄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당시의 학급 친구들에게는 무소불위(?)의 능력을 가진 권력자였던 셈이죠.


"타닥타닥, 에혀 어쩌나~ 에혀 저쩌나~" - 이 소리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서울에서 초·중학교를 다녔던 청주에 사는 중년아저씨가 그 당시에 조개탄 난로에서 타고 있는 도시락이 걱정되어 애끓였던 소리입니다.

지금은 잊혀져 가는 기억이요, 사라져 가는 추억이라 할 것입니다. 히터가 돌아가지 않는 학급이 없을 것이고, 거의 모든 학교에서 급식을 실시하기 때문이지요.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서 한때 유행했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코너에서나 어울릴 법한 유머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2010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일본에서는 아주 색다른 형태의 "도시락"이 유행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점심을 사먹던 일본 직장인들이 장기불황의 여파 때문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는 거지요. 뭐, 우리 주변에서도 점심 도시락을 챙겨 갖고 다니는 직장인들을 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다만, 유행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 도시락의 기능을 알고 나면 "참 일본스럽다!"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오게 되더랍니다.

이미지 출처 - moshi market, moshimo.com

이미지 출처 - moshi market, moshi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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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데슈란(HOT デシュラン)’, 올 5월부터 소비자들에게 선보인 이 도시락의 이름입니다. 6,980엔짜리 이 도시락은 전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30분만에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밥맛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이 만족할 만큼 그 밥맛도 무척이나 훌륭하다고 하니 살짝 궁금해지기는 합니다.





이 도시락을 만든 회사에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위 동영상을 보면 그 기능이나 사용법에 대해 대략적인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무리 편리한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준비해 놓은 식사 만큼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불탄만의 생각일는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