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년 큰딸의 요즘 고민을 들어보니 - 도학력고사
불탄의 샵과 플랫/살며 생각하며 : 2010. 11. 2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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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폭풍, 대입수능이 끝났습니다. 허나 그 거대한 전쟁을 치른 수험생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는 앞으로 더욱 치열한 눈치전쟁에 피를 말리게 되겠지요.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딸을 보고 있자면 이미 이러한 입시전쟁의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것을 느끼게 되더랍니다. 아니,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죠. 자녀가 걷고 뛰기 시작하면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유치원을 보내게 되지요. 그런 과정 속에서 다소 여유가 있는 부모들은 자녀의 특기나 적성을 살려주기 위해 예·체능학원에 보내기도 하고, 영어나 컴퓨터 등을 배우게 합니다. 그런 주변의 모습에 자극을 받은 대부분의 부모들도 뒤처지지 않으려 뭐라도 하나 보내려고 하고요. 그러니 정작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에게서 느낄 수 있는 학부모로서의 감흥도 에전과는 사뭇 다르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빠, 저 있잖아요. 아빠한테 여쭤보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응? 그래. 무슨 말인데? 어여 말해 봐."
그런 가운데서도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큰딸이 요즘들어 부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아빠·엄마에게 고민상담을 해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큰딸의 고민은 불탄에게 적잖은 당황스러움을 안겨 주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큰딸의 고민은 바로 학교에서 연속적으로 치르고 있는 "시험" 때문에 생겨난 것이었으니......
큰딸이 자기 블로그에 기록한 도학력고사에 대한 생각
사실 지난 10월 20일에도 큰딸은 '국어', '수학', '슬기로운생활'이라고 하는 3가지 과목에 대하여 중간고사를 치렀습니다. 그때는 초등학교 1학년들이 치르는 시험이 얼마나 대단하랴 싶어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었지요. 그런데 큰딸에게는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도학력고사'와 '기말고사'가 아흐레 터울로 이어져 있더군요.
'도학력고사'와 '기말고사', 일단 시험의 명칭부터가 아이들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 대해서 어떤 기준으로 학력을 평가하겠다는지 그 취지에 대해서도 회의감이 밀려 옵니다. 게다가 일부지역에서는 일정 점수 이상을 받지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 '부진아'라는 멍에까지 씌우고, 그것도 모자라 재시험을 치르게 했다지요?
사교육 조장의 일면을 보였던 일제고사에 대해서도 우리는 많은 논란을 경험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도학력고사 역시 그런 면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보면 지금 한창 정부에서 표방하고 있는 "친서민정책"과도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학습환경에서부터 많이 다릅니다. 해서, 많은 가정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에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것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기본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앞으로 지독스럽게 시달리게 될 학교생활에 대한 면역력을 다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할 것입니다. 물론,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충분히 사회성을 배우고, 어느 정도 학습능력까지도 갖추었겠죠. 허나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어린 아이들에게 다달이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만 해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데, 도학력고사를 통해 등수와 서열까지 매기려 한다는 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주말은 큰딸이 내놓은 고민을 놓고 불탄도 역시 아주 심각하게 고민 해보는 시간으로 채워야 할 것 같군요. 그에 대한 해답은 이미 가슴 속에 담아 두고 있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