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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나눔을 행사한다는 것.
어쩌면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맑은 영혼에 감사하는 의식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제서야 겨우 한발 내딛기 시작하는 어린아이의 위태로운 몸짓과
그들이 바라보는 눈을 마주한다는 것은
여지껏 경험치 못한 생경한 느낌에 빠지게 할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다가올 아주 격렬한 감동에 충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리 단단한 채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지하도 입구에 널부러져 있는 나이를 알 수 없는 몸뚱이 앞에는
동전 몇 개가 들어있는 찌그러진 분유통이 매서운 바람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나마 부자의 주머니는 구경도 못해 보았음직한 그 동전들은
어린 손과 주름진 어르신의 동전지갑에서 가끔씩 튀어나올 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연말이 다가옵니다.
올해도 이틀만 지나면 마지막 한장 남은 월력만이 쓸쓸히 날리겠지요.
언제부터인가 스크루우지 영감이나 성냥팔이 소녀의 이야기는 잊어버렸지만
가슴으로 전해지는 서늘한 느낌 만큼은 지워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 연말에는 가까운 사람부터 챙겨야 될 것 같습니다.
젖먹이 아기까지 태어났으니 더욱 분주하면서도 빠듯한 살림살이가 되겠지만
점점 추워질 날씨를 앞두고 참으로 오랜만에 6,900원 짜리 소박한 회식을 가져봅니다.
조금 전 분유를 먹고 잠든 아기가 허락한 아내와의 1시간 짜리 회식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