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청주로의 이사, 참 잘했다고 생각될 때는?

지난 2007년 6월, 두딸과 아내를 먼저 청주로 내려보내고 한달에 걸쳐 직장을 비롯한 모든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뒤 나중에 가족과 합류했을 때만 하더라도 불탄에게는 많은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 중 "먹고 사는 방안"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나마 부모님과 형님 내외분의 진심어린 권유가 서울에서 청주로의 이사를 실현시킨 원동력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도 3년 6개월 정도를 이곳 청주에서 생활하다 보니 서울과의 환경을 비교하며 가졌던 처음의 불만도 많이 사라지게 되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력과 함께 만족감도 생기더랍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힘이 되어준 것이 바로 가진 것 하나 없고, 내세울 것 별로 없는 소시민이라면 더욱 더 공감하리라 생각되는 자녀의 양육과 교육문제였습니다. 물론 지난 10월 초에 출산한 셋째딸에 대한 충청북도의 지원정책도 다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서울의 문화환경이나 주거환경, 교육환경은 우리나라 어느 도시보다 우월한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서울에서 생활할 때는 몰랐던 것들이 이곳에서 살게 되면서부터는 하나씩 새롭에 알아지게 되더군요. 바로 "빈익빈, 부익부"의 성향이 여타의 도시보다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겁니다.

먼저, 서울시의 출산정책만 놓고 보더라도 가장 소득수준이 높을 것 같은 강남구의 출산지원정책을 제외하고는 그리 내세울만한 자치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셋째아 이상일 경우에는 그 차이마저 너무나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첫째아를 낳을 경우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서울시의 자치구는 모두 5곳 뿐입니다. 그나마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의 액수도 자치구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강북구와 도봉구는 각각 200,000원씩을, 서대문구와 서초구는 각각 100,000원씩을, 그리고 용산구는 출산지원금으로 50,000원을 책정하고 있다는군요. 셋째아의 경우에는 강남구의 경우에는 오백만원의 출산지원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마포구의 경우에는 첫째아를 비롯한 모든 출산 자녀에게 출산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성북구의 경우에는 둘째아부터 각각 200,000원씩만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그렇다면 청주의 출산지원정책은 어떨까요? 먼저 청주의 경우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출산지원정책과 충청북도에서 운영하는 출산지원정책이 공생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청주시의 경우에는 첫째아 300,000원, 둘째아 500,000원, 셋째아 이상일 경우에는 일백만 원을 책정해 놓고 있으며, 충청북도에서는 둘째아와 셋째아의 경우에만 각각 매월 100,000원과 200,000원을 1년 동안 지급하고 있는데 청주시와 충청북도의 출산지원금을 중복해서 수령할 수는 없게 되어 있습니다. 허니, 청주시민들의 경우에는 청주시에서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첫째아일 경우에만 수령하고, 둘째아부터는 충청북도에서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수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불탄의 경우에도 지난 10월 초에 출산한 셋째딸의 출산지원금으로 매월 200,000원씩을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사는 거주지에 따라, 그리고 출산하는 자녀의 수에 따라 몇 만 원에서부터 몇 백만 원까지 차이가 있다는 것.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야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불탄과 같은 대단히 서민적인 소시민에게는 민감할 수도 있겠더라는 생각과 함께 어차피 서울에서 지금껏 거주했다손 치더라도 불탄이 거주했던 양천구의 셋째아 출산지원금(500,000원)보다 이곳 청주에서의 혜택이 훨씬 크다는 생각에 만족하게 되더군요. 양육비의 경우에도 이곳 청주가 더 나아 보이고요. [관련 포스트 : 셋째아 출생신고, 출산지원금과 양육비는 얼마?]

그리고 지난 12월 1일에는 서울시장이 서울시 의회에서 결의한 무상급식 조례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어제였던 12월 3일에는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피력하고 나섰습니다. 그럴듯한 명분도 있어 보입니다. 바로 부자들의 자녀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이죠. 허나 부자감세에 대한 논란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논리 이면에는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함에 있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부자들의 고통분담이 서울시장의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집권여당의 당론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을 테고요.

2011년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는 이기용 충북교육감과 이시종 충북지사-연합뉴스 2010.11.7

그런 서울시의 정책과는 다르게 이곳 청주에서는 내년부터 초·중학교의 전면 무상급식이 실현되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합의를 이끌어 내기까지는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의 진통이 만만찮게 있었고, 합의된 분담금 비율을 놓고 지금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명분과 실리를 나눠가질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 테지요.

여타의 정책이나 환경에 있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겠습니다만, 세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청주시와 충북도의 출산과 양육지원정책, 그리고 교육정책이 무척이나 고마운 오늘입니다. 또한 "자식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는 선인들의 말씀이 여전히 불안감으로 머리속에 남아 있지만, 이렇게 억지로라도 '서울에서 이곳 청주로 이사한 것은 참 잘한 일이야!"라는 위안도 가져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