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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에게는 필수적으로 맞춰줘야 하는 예방접종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생후 2개월의 영아에게 맞춰주는 것이 바로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와 "폴리오 IPV"입니다. 불탄도 오늘로서 생후 66일째를 맞게 되는 셋째딸에게 이 예방접종을 시키기 위해 보건소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지난 월요일에 다녀왔어야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며칠 늦게 되었지요.

금요일 이른 시간의 보건소는 무척이나 한가했습니다. 그동안은 아무 생각없이 매번 월요일에 방문했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었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많은 사람들 속에서 고생할 것이 아니라 목요일이나 금요일을 선택할 것을 그랬었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두 번의 예방접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나시는지 주사를 놓는 여의사는 반가운 인사부터 건네주시면서 셋째딸을 번쩍 안아주셨지요. 예진을 맡은 무뚝뚝한 청년의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잠들어 있는 아기를 살살 깨워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는 모습이 꼭 친자매처럼 보였기에 고마움이 '뭉클'하고 올라오더군요.

"안녕, 예원아! 우리 순둥이 예방주사 맞으로 왔어요?"

아기와도 잊지 않고 인사를 나눈 여의사는 두개의 주사기에 각각 "DTaP"와 "폴리오 IPV"를 나눠 담고는 아기의 내복 하의를 벗겨 내렸지요. 그리고 양쪽 허벅지에 하나씩의 주사를 놓자 깜짝 놀란 아기는 아주 잠깐이지만 울음을 터뜨렸고요. 이내 배냇짓이라도 하는양 방긋방긋 하는 모습을 보던 여의사는 예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아기를 한번 꼭 안아주셨습니다.

뇌수막염과 폐구균과 같은 예방접종에 대해서도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친절하고 자세하게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아마도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던 덕을 봤던 거겠지요.


아기를 다시 속싸개와 겉싸개로 싸매고 있을 때 여의사는 오늘 맞춘 주사의 2차 접종날짜를 잊지 않도록 아기건강수첩에 꼼꼼히 적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뉴스를 검색하다 보니 이상한 제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뭔가 싶어 클릭을 해서 들어가 읽어보니 이게 왠일입니까?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기습으로 처리하면서 상임위 단계에서 책정한 영·유아 예방접종비 예산 4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는군요. 게다가 학교급식을 지원받고 있는 결식아동들을 위해 지원하던 방학기간 중 급식지원 예산도 몽땅 없애버렸다는 믿지 못할 뉴스를 보게 된 것입니다.

불과 두시간 전, 아기의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다녀오면서 따로 접종비가 들지 않는 것에 그나마 감사하고 있었더만 앞으로는 영·유아에게 예방접종을 할 때마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니 정말로 "이건 아니다." 싶더랍니다. 서민들의 경우에는 보건소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정부가 필수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는 병·의원 중에 가까운 곳을 이용하면서 그나마 비용부담을 줄이고 있는 형편인데 말입니다.

아니, 기본접종 중에서도 Hib(뇌수막염)과 같이 보건소에서 접종을 할 수 없는 것들이나 선택접종으로 분류되어 있는 폐구균단백결협백신을 비롯한 4종의 예방접종도 어쩌면 저출산을 해결하고, 친서민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에게 부담 지우지 않고 점차적으로 정부당국이 보듬어 가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까지 갖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고령화·저출산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며 이런저런 정책을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는 정부였으니까요. "앞으로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최대한 할 테니까 안심하고 자녀를 낳아달라!"고 부르짖던 정부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시점에 이와 같은 뉴스를 들어야 하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입니까?

아! 그러니까 없이 사는 서민들은 정부의 출산정책에 기웃거리지 말고 일찌감치 "애 낳아 고생시키지 말라!"는 것이지요? 정부에서 추진하는 보육 및 교육정책은 가진 계층을 위한 것이니까, 지금부터라도 서민딱지를 떼고 가진 자의 계층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하고, 결국 그 길만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일부 잘나가는 영업기반의 회사들이 상위실적그룹에게 현금 인센티브와 고급 승용차까지 팍팍 줘가며 월도시상도 하고, 연도시상을 하면서 "부럽지? 그렇게 부러우면 너희도 놀지말고 기를 쓰고 많이 팔아와 봐!"라고 하는 것과 같은 뜻이지요?

작금의 시기는 기업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배추김치를 담아 이웃과 나누고, 연탄을 채워주는 분위기가 충만해 있는 시기입니다. 거의 모든 대기업이 행하고 있으니 중견·중소기업도 어느 정도 성의를 표시하고 있는 때이지요. 그런데 정부여당은 결식아동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개선하기는 커녕 그나마 산정시켜 놓은 예산까지 없애버리겠다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정녕 군림을 하고 싶은 것인지 감히 묻고 싶습니다. 정녕 국민을 섬김으로 대하지 않고, 그 위에서 군림하며 휘젓고 싶은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날때부터 지배층으로 태어났기에 서민의 생활을 이해할 필요도 없는 것인지, 그와 같은 서민의 생활을 알 필요조차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당리당략을 위해 친서민정책을 부르짖고 있는 것인지 감히 물어보고 싶습니다. 무슨 때만 되면 시장에 나가 시장상인들과 함께 떡볶이 먹는 사진이나 찍어 대면 친서민의 표상이 되는 것인지, 한두 번 지하철로 출·퇴근만 하면 진정 시민의 고통이 느껴지고 시민을 위한 정치입안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감히 물어보고 싶고, 그에 대한 답변도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