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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정확하게는 광화문에서 정동쪽으로 직진하면 나오는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정동진은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해돋이 명소로서는 손꼽히는 지역입니다. 해마다 새해 첫날에는 일출을 보며 한해의 소망을 기원하려는 방문객들로 넘쳐나는 곳이죠. 어쩌면 1995년에 방송되어 직장인들의 귀가시간이 되기도 했었던 드라마 "모래시계"를 계기로 더욱 많이 알려진 곳일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동진에는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여름 피서철이라 하더라도 피서객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잡을 수 있는 요인이 현재의 정동진으로서는 그다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해수욕장으로의 기능보다는 잠시 들렀다 가는 해돋이 감상 코스 정도이거나 사진 작품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부류가 거의 대부분이죠. 물론 바다가 보고싶은 연인이나 친구들 사이에는 무척이나 사랑받고 있는 무박2일 기차여행 코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오늘, 그런 정동진에 대한 무척이나 아쉬운 뉴스를 하나 접하게 되었습니다.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은 정동진을 지금까지 그나마 관광명소로 알려왔었던 모래시계가 정지하게 되었다는 뉴스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정동진역 홈페이지


이 모래시계를 중단시키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연간 소요되는 "막대한 유지보수비" 때문인데 그 비용이 연간 6,000만 원 정도라고 하더랍니다.

그렇다면 이 모래시계를 지금까지는 어떻게 운영해 왔을까요? 뉴스에 의하면 연간 6,000만 원이 소요되는 이 비용을 지금까지는 이 모래시계를 기증한 한 민간업체가 부담해 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 이 민간업체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런 이유로 강릉시에서도 부득이하게 모래시계를 멈추게 했다는 거지요.

강릉시의 향후 계획에 따르면 지금의 모래시계가 있는 인근에다가 조각상이나 미술품 등을 세워 놓은 휴식공간으로 조성할 거라 하더군요. 그러니 앞으로 이 모래시계는 더이상 볼거리로서의 기능을 갖지는 못할 겁니다. 어쩌면 흉물스러운 모습의 깡통이 되어 버릴지도.

언뜻 예전에 춘천으로 가볍게 떠났던 겨울여행이 생각납니다. 춘천댐의 아름다운 기억과는 상반된 느낌을 공지천 조각공원에서 받았었지요. 황량했던 그때의 그 느낌을 왜 이토록 오랫동안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래지 않아 정동진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살짝 하게 됩니다.

강원도가 관광산업에 거는 기대는 여타의 지역보다 높을 겁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부단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다른 지자체에서는 일부러 투자까지 해 가며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비록 변변찮아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스토리텔링으로 포장을 하려 기를 쓰고 있습니다. 정동진이 일출명소로서 가지고 있는 명성은 강릉시가 자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관광자원 중 하나입니다. 연간 소요비용으로 필요하다는 6,000만 원, 강릉시가 부담스러워 할 만큼 그렇게나 큰 금액일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