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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마지막 날에 있었던 기습적인 종편사업자 선정발표 이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해당사업의 주무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보여왔을 겁니다. 사실 불탄 개인으로서도 새로이 추가된 종편사업자들을 향해 방통위가 어떤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했던 게 사실이고요.

아니나 다를까요? 그들만의 특혜를 요구하며 칭얼대던 종편사업자를 달래기 위해 미리부터 준비해둔 큼지막한 사탕 하나를 "당근"의 형태로 꺼내 들었습니다. 별로 기대를 가질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도 조금은 가지고 있었는데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아 떨어진다!'라는 진리는 이번에도 비켜가지 못하고 마는가 봅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 조선일보는 종편사업자가 4곳이나 선정되었느니 시장규모에 비해 사업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종편사업자의 조기안착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방통위의 적극적인 부양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 중의 하나로 전문의약품과 같은 심의규제 대상품목의 광고를 우선적으로 종편사업자에게 적용시켜달라는 요청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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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로서는 그와 같은 요구가 아주 당연하게 들렸었나 봅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관의 방송광고를 허용하겠다고 하는군요. 물론, 이와 같은 결과를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을 전국의 약사와 의사, 그리고 한의사 대부분이 반대의 목소리를 모아가고 있어 의약품업계는 아주 시끄럽게 되었습니다.

1월 11일 주승용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마저 종편에 팔아넘기나!' 긴급토론회 모습 - ⓒ미디어스 권순택


그런데 방통위로서는 여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을 법한 변수 하나가 덧붙여졌으니 그것이 바로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관의 광고 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 것입니다. 때문에 방통위로서는 "복지부의 복지부동"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난 지금 무척 당황스러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원래 복지부동이라는 말은 주로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며, 다소 부정적인 느낌의 벽창호와 같은 답답함을 이를 때 쓰이는 말이겠지만, 여기에서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긍정적인 측면을 강하게 내세우며 사용해 봤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반대를 미리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주지 않아도 될 당근을 미리 준비해 놓고, 그것을 종편사업자들에게는 그동안 자청해 왔던 나팔수 노릇에 대한 보답인 것처럼만 보여주고는 결국 여론과 복지부의 반대를 핑계 삼아 숨겨왔던 양보의 채찍으로 결정타를 날리려는 건지도......? 스스로의 생각에 "풋~"하는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건 아직도 불탄은 실낱같은 기대의 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지금의 방송통신위원회로서는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관을 방송광고로 내보는 것에 대해 전면 허용이 아닌 순차적 허용으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어느 때고 광고가 종편채널을 통해 방송으로 광고송출이 될 수 있는 상태에서 해당 광고의 시기와 정도(수위)만 남겨두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두려워하는 것이 결코 미리부터 유난을 떨어대는 설레발이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 요즘들어 자구 속쓰림과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은 30대 직장인과 의사의 가상대화

의사 : 그래서 말인데요. 기름진 음식 드시지 마시고요,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세요. 약은 3일치로 처방해 드릴께요.
환자 : 네, 그렇군요. 아참! 요즘 조중동씨가 광고하고 있는 OO제약의 OOO으로 처방해 주세요.
        광고를 보니 다른 약보다 값은 비싸지만 그만큼 약효도 2배나 빠르다잖아요?

▶▶▶ 어쩌면 언젠가부터 구멍가게로 변해가는 듯한 약국에 이어, 병원마저도 구멍가게화 되어야 하는 걸까요?


소비자가 광고를 통해 전문의약품을 접하게 된다면 어설픈 의약품지식에 의한 오용이나 남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위의 가상대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의사가 내린 처방에 대하여 환자가 불만, 갈등, 분쟁을 야기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게다가 광고로 집행되는 제작비용 및 방송채널로의 송출비용 역시 약품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약값도 비싸질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니 서민들의 부담도 거기에서 비껴갈 수는 없을 거고요.

결국 방송광고에 부담을 갖지 않을 만큼 자본의 규모가 큰 제약업체가 지금보다 더욱 강력하게 의약품 유통을 지배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일 테고, 의료기관 역시 마찬가지 현상을 보이게 될 겁니다. 알권리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의 폐해가 더 크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국민보건 및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라면, 아무리 정당의 이익이나 기업의 수익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과감히 버릴 건 버리고, 접을 건 접을 줄 아는 지혜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