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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불탄이 초·중·고교를 다녔던 70, 80년대에는 매학년 초마다 '생활환경조사서'(정확한 명칭은 생각나지 않습니다.)를 작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교탁 앞에 서 계신 담임선생님께서 모두 눈을 감게 하고 해당 학생들의 손을 들려세우게 하는 방법도 가끔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에 피아노나 자동차가 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옆 짝궁의 손이 올라가는 것을 느낌으로 감지할 때마다 부러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대학을 나와 회사에 취업을 할 때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던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무슨 서류마다 부모의 학력을 적는 난이 꼭 있었다는 거지요. 그리고 불탄의 부모세대 중 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졸의 학력을 가진 부모를 둔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도 솔직히 많았었고요.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면에는 꽤나 멋스러운 옷차림에 특별한 도시락 반찬을 싸가지고 오는 친구들 중에는 그들의 부모가 대졸자인 경우가 많았던 것도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성의 상징, 상아탑이라 일컫는 대학교에 보내기 위한 우리 부모들의 헌신과 희생은 가히 눈물겨웠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내 아이들이 생활환경조사서에 적어넣어야 할 아빠의 학력란을 "대학교졸업"이라고 채우게 해주고픈 소박한 욕심 때문에라도 대학을 마칠 수 있었던 불탄이었습니다만, 앞으로는 내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헌신을 물려받아야 할 터이니 언제까지나 이와 같은 현상은 현재진형행으로 이어지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2011년, 오늘도 이웃의 어느 가정에서는 11학번으로 합류하기 위한 막바지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을 겁니다. "넌 뭔일이 있어도 대학에 합격만 하거라, 그 다음은 아빠, 엄마가 다 알아서 할께!"라는 말이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많이 들어왔던지라 정말로 어떡해서든 합격을 하기 위해 몇개의 원서를 사들고 막바지 눈치경쟁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허나 많은 가정에서는 사실상 지금부터 가장이 내뱉는 한숨소리에 천정이 무너앉을 지경일 겁니다. 대학 등록금이 여간 비싸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하게 될 신입생의 입학금도 문제겠지만,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는 재학생의 경우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내용을 인용, 보도하고 있는 뉴스를 보니 다음 학기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는 대학생이 10명 중 4명 꼴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됨으로써 받을 수밖에 없는 부담은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고요. 그러고 보면 대학 졸업예정자의 절반에 가까운 젊은이들은 졸업을 하기 전에 이미 1000만원 정도의 빚을 진 상태에서 사회로 진출하게 되는 것이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교과부가 주가 되어 진행하고 있는 '든든학자금'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합니다. 대출조건이 까다롭기도 하려니와 대출이자도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정부에서는 70만 명 정도가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 든든학자금을 이용한 대학생이 23만 명을 조금 넘긴 수치로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든든학자금 이용상황에 대한 용례를 한 매체가 보도를 했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겠더랍니다.

관련 뉴스 기사 : http://www.fnn.co.kr/content.asp?aid=953617441e90476d9322eae3c0bb7ddd

이전까지 든든학자금의 이율이 너무 높다라는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교과부는 올 1학기부터 든든학자금의 이율을 4.9%로 하향, 적용시키기로 했는데요, 단순히 이것만 가지고는 작년 12월 17일에 있었던 교과부의 "2011년도 업무보고" 자체가 현실성을 충분히 반영시키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군요.

교과부가 업무보고를 위한 보조자료로 배포한 '긍정의 변화'란 팸플릿에는
'장학금 신설 및 든든학자금 개선'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었는데요, "난 시집 안 가"(미혼여성), "에휴… 빨리 죽어야지"(노인), "남는 거 없어"(상인)에 이어 "난 돈이 없어 공부 못했어"라는 말이 '세상에는 네 가지 거짓말이 있다'라는 지문 아래에다 소개했던 바 있습니다.

"돈이 없어 공부 못했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오죽하면 지난 연말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공부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어린 학생들의 학업중단 위기를 여러 매체에서 알리고 있겠습니까? "돈이 없어 공부 못했어"를 거짓말로 만드는 정부, 일반 시중은행과 별반 다를바 없어 보이는 학자금 대출제도를 개선시켜 나가는 정부를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