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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셋째딸을 안아들고 아내와 함께 안과에 갔습니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눈곱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걱정이 될 만큼 심해졌기 때문이지요. 얼핏 진물이나 고름처럼 색깔도 탁해 보였고, 아기가 눈을 뜨고 감을 때는 속눈썹에 엉겨붙기도 해서 불편해 보이기까지 했으니까요. 사실 더 일찍 서두를 수도 있었는데, 무심했던 불탄이 날씨를 핑계로 하루이틀 미루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이전까지는 분명 아무 생각 없었는데 병원이 가까와질수록 걱정이 커지더랍니다. 무척이나 건강한 사람들도 병원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누구나 환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인가 봅니다.

셋째딸의 병원진료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아내가 건강보험증을 들고 진료접수를 하는 동안 아기의 눈주위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밝은 실내의 분위기와 병원이라는 환경 때문인지 집에서 살펴 볼 때보다 훨씬 안좋아 보이더군요. 순간 겁이 와락 밀려 오더랍니다.


순서가 되어 안과진료를 받게 되었고, 의사가 하는 말을 하나라도 흘리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진찰소견을 말하는 의사의 목소리에는 담담했습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느낌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유아의 눈에 눈곱이 끼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눈물샘에 이상이 있거나, 생활 중에 잡균이 침투했거나, 결막염의 증세 때문이거나......

안과진료로는 다행히 심하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다만, 얼굴과 눈두덩 쪽에서 아토피 증세가 살짝 엿보이고 있으니 소아과진료도 한번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소견을 밝혀주시더라고요. 날씨는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 갓 백일을 지낸 아기에게 찬바람이 안좋은 것은 당연한 일, 처방전을 받아들고 안과와 붙어 있는 약국에서 안약과 안연고만 사들고는 얼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무렵, 이틀에 한번 꼴로 시키는 목욕을 끝내고 안약을 투여하고, 안연고를 살짝 발라줬습니다. 그리고 어제였던 일요일 저녁 때까지 약국에서 환기시켜준 시간에 맞춰 꼼꼼히 챙겼더니 금새 증세는 호전되었지요.


오늘 아침에는 눈곱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눈꼬리 부위에 불거져있던 발그레한 느낌도 많이 옅어져 있더랍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루라도 일찍 서둘러 안과진료를 받을 걸.....' 뒤늦은 후회를 해보는 불탄입니다. 혹시라도 어린 아기의 눈에 누런 눈곱이 많이 보인다면 불탄처럼 핑계를 대며 미루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안과진료를 받아 보십시오. 아기에게 괜한 고생시키지 않아도 되고, 은근히 불안해 하는 마음도 싹 걷혀질 테니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