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내 안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남에게 들처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감정, 그것이 바로 질투가 아닐까 싶습니다. 따로이 '강샘'이나 '모질'로도 불리고 있지요.

지난 2002년에 질투를 소재로 한 한편의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여성 감독 박찬옥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질투는 나의 힘'이었는데요, 푸릇푸릇한 청춘과 악마적인 요소로서의 질투라는 감정을 잘 녹여냈던 작품이었죠. 혹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이 영화의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해석하기도 했지만, 불탄은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더랍니다.

박찬옥 감독의 이 영화는 스물 아홉이라는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요절한 불운의 시인,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러고 보면 기형도 시인이 시에서 표현하고 있는 질투의 대상으로서의 '시간'이라는 존재가 어느 정도 영화 속에서도 감지되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누구의 가슴 속에나 사랑이 있고, 누구의 머리 속에나 질투는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랑과 질투의 본질적인 면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아마도 많은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겁니다. 관심과 욕구, 숨김과 드러냄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절망의 피울음을 토할 수도 있고, 열광적인 희열을 맛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마케팅에서도 사랑과 질투만큼 좋은 먹잇감은 흔치 않아 보입니다. 그러니 지금도 이를 자극하는 악마적 흐느낌을 계속해서 내보냄으로써 쉴 새 없이 유혹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상대적 우월감을 무기로 삼는 제품이나 서비스 분야일 겁니다. 뷰티, 패션, 아파트, 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랑콤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자금을 기술개발에 쏟아붓습니다.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아주 열심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랑콤에 열광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루이비통이나 페레가모 같은 명품 브랜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중적인 마케팅을 일체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소수의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집중했었습니다. 미래의 잠재 고객들로 하여금 질투심을 유발하고, 신비감을 조성함으로써 워너비 고객으로 유입코자 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와 같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결국 매스티지 시장의 호황을 이끌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간혹 이와 같은 질투를 모티브로 하는 마케팅은 남성을 대상으로 실행할 때도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남자의 질투'가 더 강하고 짙다는 것을 광고주나 크리에이터들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한 대의 승용차, SM7이 카페 쪽으로 들어옵니다.
질투심을 느낀 미남은 유리 창 너머로 보이는 SM7을 들고 있는 빨대를 차단기 삼아 멈춰 세웁니다.
질투심을 느낀 미녀는 유리 창 너머로 보이는 SM7에다가 커피를 쏟아 버립니다.
너무나도 갖고 싶어하는 마음, 질투를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함부로 쳐다보지 마십시오. 신차에 마음이 빼앗겨 자신도 모르게 멈추게 하고 싶거나, 질투심이 생길 지 모릅니다.

남들이 가진 것에 대한 질투심은 아주 조금만 자극을 가하더라도 견디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기업의 마케팅은 그러한 자극을 얼마나 기술적으로, 감성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에 크게 좌우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것은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나타나는 반응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여유를 지닌 주부의 모습을 그린 한 아파트 광고가 나간 이후에 아마도 수많은 가장들은 아내로부터 가해지는 압박과 들볶임으로 꽤나 참기 힘든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질투를 모티브로 하는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은 남성이 갖는 '질투의 파워'가 훨씬 더 강하더라도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광고계의 속설이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광고를 보면서 계속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에 보여준 심혜진의 한지민을 향한 곁눈질이 무척이나 이채로왔습니다. “작은 얼굴, 또렷한 이목구비”라는 내레이션은 지금도 모든 여성이 꿈꾸는 이상적인 얼굴입니다. 왕년의 섹시스타 심혜진의 독백, “예전엔 나도 그랬다.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소망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2010년이었던 작년에는 내 남자를 빼앗아간 서인영에게 매우 격한 분노의 감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진 피부에 묘한 질투심을 느끼는 여자의 심리를 나타낸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언제까지 피부미인이자 동안의 상징으로 이어질 것인지 궁금하기만 한 고현정이 자신만의 비밀을 은밀히 내비치는 광고가 주목을 받았었지요.

이외에도 질투심을 모티브로 하는 마케팅을 우리는 광고를 통해 많이 보아 왔습니다. LG 디오스 김치냉장고의 “우리 집에서 커피 한잔할래?”라는 여자의 말은 “나, 너한테 자랑하고 싶은 게 있어!”라는 뜻의 여성심리를 반영했고, 엠플닷컴은 ‘적들의 쇼핑법’에서 비명처럼 들려온 “아, 말라 보이고 싶다.”는 외침은 예뻐보이고 싶은 욕구를 가장 잘 나타냄으로써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LG생활건강의 ‘후 환유고’ 광고에서는 질투의 상징인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립구도를 다루기도 했었고요.

질투는 감정이고, 자존심이며, 비교우위를 갖고픈 욕망에서 출발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 단순히 무엇이 좋다라는 선전성 광고보다는 당신도 가지고 있냐는 비교성 광고가 잘 먹힐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있는 건데, 내게는 없다?' 멈칫하거나 주저하고 있었던 소비자의 소구력에 불을 붙이고, 거기에 기름까지 충분히 끼얹는 상황입니다. 이보다 더한 자극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앞으로 기업의 마케팅이 이러한 자극에 얼마나 더 큰 충격을 가하게 될지 기대감도 갖게 되지만, 그에 앞서 소비자의 한사람으로서 두려움이 앞서는 것 또한 숨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