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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면 별별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때로는 가슴에 못이 박힐 정도의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채워가게 마련이지요.

마흔의 중반을 살아가고 있는 불탄에게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가 주는 의미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에 동그란 케이스에 들어있는 사탕이나 네모난 가나초콜릿을 준비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는 너무나 가슴 뭉클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딸아이들이 아빠를 위해 나름대로 고민하여 준비했을 선물이 너무나 고마왔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막내딸이 태어나는 바람에 조금은 덜 챙겨주고, 대화도 줄어든 것 같았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잘 이해해 주고 있었나 봅니다.


헉! 건네준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상진(아빠) 왕'이란 메시지가 쓰여져 있습니다. 해서, 그 사연을 물어보았더니 큰딸이 하는 말......

"아빠는 우리집에서 왕이잖아요. 공주나라에 왕! 그래서 이렇게 그린 거에요."

큰딸이 건네준 그림에는 안경을 착용한 멋진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아마도 큰딸이 갖고 있는 아빠에 대한 이미지는 이 그림 속의 남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젊어보이고 나름 멋쟁이 풍모도 느껴지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큰딸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왠지 어깨가 으쓱 올라가며 진짜로 왕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이어지는 선물은 바로 발렌타인데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초콜릿이었습니다. 미니쉘이란 초콜릿을 제과점 같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비닐봉투로 정성껏 포장을 했는데요, 작은딸의 "사랑해요 아빠"란 말과 함께 불탄의 가슴팍으로 안겨 왔습니다.

아마도 두딸은 이 초콜릿을 사기 위해 지난 설날에 받았던 세뱃돈을 썼을 겁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허락을 엄마한테 받아내느라 나름 애교도 부렸을 테고요.

그런데 여기까지라고 한다면 그냥 어느 가정의 어떤 아빠라도 쉽게 받을 수 있는 선물이었을 터이니 '그런갑다!'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불탄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것은 이 그림 뒷면에 쓰여져 있던 편지 때문이었습니다.


아빠께

아빠, 안녕하세요.
절 키어 주시고, 절 학교에 들
어 가기까지 오랜 세월이 있
을 거에요.

그 오랜 세월동안 절 챙겨
주시고, 밥을 먹여주신 등
아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 지금쯤 건강하지도 않
을 거에요.

그만 쓸거요.

[예린올림]


큰딸의 편지를 그대로 옮겨 적은 글을 보면, 맞춤법이나 과거형 서술에 대한 표기가 조금 틀려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허나, 딸아이에 대한 감동의 콩깍지가 씐 아빠한테는 이런 것들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더랍니다. 그저 이렇게 생각해 주는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할 뿐더러, 사랑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이지요.
 
가족의 사랑이 더욱 힘이 되는 한주가 될 것 같습니다. 모든 님들께도 행복한 발렌타인데이가 되셨기를 바래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