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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한편 보았습니다. 집에서 우연히 보았으니, 특별히 시간을 내거나 일부러 어느 영화관을 찾아서 보게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토록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것을 보면 불탄에게 만큼은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던 영화였나 봅니다.

내 깡패 같은 애인. 불탄의 말하고자 하는 영화의 제목입니다.

오늘 불탄이 이 영화를 언급하려는 것은 박중훈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가슴에 와 닿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작년 우리나라 문화를 이끌었던 나쁜남자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도 아닙니다. 그저 힘없는 계층의 살고자 하는 몸부림,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는 것과 함께 그들에게 힘찬 응원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초점을 불탄은 취업에 맞춰 봤습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취업이라고 합니다. 그 취업을 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 가방끈의 길이와 인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꼭 신의 직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생업으로 인정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건 '축복'이 되어버린 세상이니까요.

지방대 출신에, 그것도 이공계를 전공했던......
게다가 최근에 부도난 회사에서 3개월 근무한 것이 딸랑 경력의 전부였던 이 여성


세상은 그녀에게 직무를 주려하지 않습니다. 아니, 취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습니다. 서류전형에서 번번히 떨어지기만 할 뿐입니다. 어쩌다 찾아온 그룹면접에서는 소견발표의 기회조차 얻어내질 못합니다.

해당 장면 유투브 동영상으로 보기 ▶  http://www.youtube.com/watch?v=ueWnMunc2cY


심지어 마지막 면접장에서는 면접관의 요구에 의한 마지못한 행동이었겠습니다만, 영화의 주제곡으로 보이는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를 부르는 노리개가 되어 면접관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슬픈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모텔 앞 자동차 안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차라리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반지하 옆방에 사는 깡패 이웃에게서 취업이 절실하다면 면접관에게 무릎 꿇고 눈물 애원이라도 해 봐야 되지 않겠냐는 말을 들은 그녀가 용기를 내어 자신이 직접 근무하고 싶은 회사의 인사과장을 찾아가 이력서를 제출합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회사의 대리급 사원 하나가 그녀에게 취업을 미끼로 잠자리를 요구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던 거죠.

연예계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면접장의 모습이요, 이제는 연예계에서도 마땅히 뿌리가 뽑혀야 할 성상납 관행일 텐데, 이렇듯 버젓이 일반 사무직을 원하는 취업희망자에게까지 검은 손길이 뻗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고 있는 듯해 불편하기 짝이 없더랍니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어느 순간부터 키다리아저씨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3류 건달에, 그것도 내일 뜨는 태양의 빛깔마저 암울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실패한 인생이겠지만......

허나 결국 그 깡패이자 애인이기도 한 그 남자는 그녀에겐 둘도 없는 키다리아저씨로 기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 스스로가 인생의 마지막 면접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IT산업과 IT기업의 미래, 그리고 IT기업이 갖춰야 할 보안시스템에 대하여 명쾌한 답변으로 참석한 면접관들을 모두 탄복시킬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녀의 깡패 애인이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선물했던 기회였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면접관이 우수한 실력과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껏 다수의 면접만 보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걸 물어본 사람이 없었거든요."

결국 그녀는 그 불량남자 덕분에 최고의 IT기업에 입사하게 되고, 이어 최연소 여성대리로 승진하면서 그 기업의 중간간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여성이라는 편협된 시각과 지방대 출신을 천시하는 학벌위주의 사회가 그녀를 취업의 실패자로 내몰았던 겁니다. 그녀가 가진 이력사항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토익 상위 몇 %에 해당하는 어학능력자라는 사실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지방대학교의 이공계 여성 지원자라는 이유만으로 깡그리 무시되어 왔던 겁니다.

이 영화 속의 그녀가 무엇보다 다행스럽다는 것은 손담비의 춤과 노래를 시키는 개념 없는 면접관이 있는 회사, 잠자리 댓가로 출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상사가 있는 회사가 아닌, 그녀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업에서 늦게나마 새로이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업무에서가 아니라 회식자리에서 빛나고, 회사에서가 아니라 침대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면 그게 얼마나 갈 것이며, 스스로의 영혼을 갉아먹는 절망감은 또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최연소 대리로 승진한 그녀가 새롭게 입사한 후배사원들의 인사를 받게 되는 자리에서 그녀가 보여준 눈빛에는 희망이라는 빛깔과 당당함의 채도가 적당하고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이 보이더랍니다.

허나, 오늘도 여전히 대부분의
여성 직장인들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갖고 살아갑니다. 취업의 바늘구멍은 어찌어찌해서 통과할 수 있었지만 매일 치이게 되는 업무로 인해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입니다. 물론, 남성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겠습니다만.

스마트빌에서 여성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에 대한 조사를 했고, 그에 대한 결과를 오늘 뉴스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출처 -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


지난 1월 한달 동안 직장인 2,851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발표에 의하면, 여성 직장인들이 업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쓰는 방법으로 쇼핑을 가장 선호했으며, 찜질방이나 피부 관리실을 찾거나 실컷 잠을 잔다고 하더군요.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즐기기도 하고, 노래방이나 PC방, 또는 클럽을 찾는 방법도 아직까지는 꽤나 많이 사용하는가 봅니다.

그러니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사용하여 오늘 쌓인 스트레스를 내일까지 가져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세차장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한동안 잊혀질 것 같지 않습니다. 서로를 향해 활짝 웃어주는 그 모습 속에 함축되어 있는 것은 입을 통해 전해지는 그 어떤 말보다 훨씬 깊고 많을 수 있다는 걸 또 한번 깊이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