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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어두컴컴합니다.

"뭐야? 비 온다고 하더니 정말이야?"
"그러게요. 이거 방사능비라 애기한테도 안좋을 텐데......"

드리운 커튼을 걷어내며 내뱉는 불탄의 말 끝에는 뾰족한 날이 서 있습니다.
그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아내의 말 끝에는 우울한 걱정이 실려 있고요.

4월 7일은 생후 184일째가 되는 셋째딸의 B형간염 3차 예방접종이 있는 날입니다.
반드시 이날에 맞추라는 법은 없겠습니다만, 왠일인지 그냥 미룰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창을 통해 내다 본 밖의 풍경이 우산을 받쳐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미약한 빗물만 날리고 있다는 것. 택시를 타고 내릴 때만 조심하면 되겠다 싶어 보건소행을 서두릅니다.


도착해서 본 보건소의 진료실과 예방접종실은 너무나도 한산하더군요.
아무리 평일 오전, 그것도 비가 내리는 목요일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아마도 방사능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생각은 그들의 발걸음을 접게 만들었겠지요.


늘 그렇듯 체온과 예진을 받고 난 뒤 예방접종실로 향합니다.
오늘도 웃음으로 맞아주는 여의사의 얼굴이 반갑기만 하네요.


셋째딸의 내복 하의를 내리고 오른쪽 허벅지에다가 B형간염 3차 예방접종을 합니다.
눈만 껌뻑대던 아기가 짧게 울음을 터뜨리다가 이내 진정이 되었던지 큼지막하게 웃어주네요.


주사 자국을 약솜으로 눌러주다가 동그란 스티커 하나를 붙여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예방접종을 마친 여의사가 일주일 후의 스케쥴을 알려줍니다.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와 폴리오 IPV의 3차 예방접종이 4월 15일이라는 것을......

"빗물에 방사능이 섞였대나 어쨌대나...... 다니는 사람 코빼기 하나 안보이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하소연 처럼 듣게 된 기사님의 말씀이 '웅웅~' 소리를 내며 귀에 감겨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