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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딸이 태어난지 180여 일이 되었을까? 하루 이틀 전부터 본격적으로 뒤집기 신공에 열심이던 아기가 끝내 성공을 하는 순간 "와~"하는 탄성이 가족들의 입에서 터져나왔습니다.

그동안 6개월이 다 되어가던 셋째딸의 뒤집기는 끼어 있는 한쪽 팔을 빼내지 못한 탓에 미완성의 반쪽짜리 뒤집기였었지요.

다음날, 뒤집기를 한다는 말씀을 전해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찌개거리용으로 생태알과 곤이를 손에 들고 일부러 들르습니다. 아무래도 손녀가 뒤집기를 하는 재롱을 눈에 담아두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눕혀놓은 아기가 바둥거리다 뒤집기를 하고 난 뒤 배 밑에 깔려 있던 손을 꺼내 엎드린 자세를 취하자 어머니께서는 얼른 청소용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시더니 빗자루를 들고 나오시더군요.


"어이구... 장하다. 용하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거라."

뒤집기를 한 아기가 대견스러워 보였는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으신 어머니께서는 손녀의 엉덩이를 빗자루로 '톡톡~'하며 몇번이나 토닥이시더랍니다.

"아범아, 왜 빗자루로 아기 엉덩이를 때려주는 지 알고 있어?"
"글쎄요?"

대충 느낌상으로는 왜 그렇게 하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면서 그 이유를 어머니의 입으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애들이 커가면서 큰일을 해낼 때마다 우리 어르신들은 빗자루로 엉덩이를 때려줬단다. 큰일을 해낸 아기들은 쉬이 앓는 법이거든. 허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달라길 바라는 마음일 게야. 어쩜 액땜 같은 걸지도 모르는 거지."

'아! 그렇구나. 옛 어른들의 지혜로움이란 대체......' 마음 속 깊이 감탄을 하고 난 다음부터 불탄은 셋째딸의 성장이 눈에 크게 들어올 때마다 빗자루로 엉덩이를 토닥이는 버릇이 생겨나더군요.


아랫니 하나가 올라오기 시작할 때도 그랬었고, 뒤집기를 한 이후부터 똑바로 눕혀 잠을 재웠음에도 제 스스로 엎드려 자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도 그랬었고 말입니다.


뒤로만 몰고 다니던 보행기를 요즘에는 좌우로 운전하고 다니는데, 조만간 앞으로도 움직이는 날이 온다면 또 한번 엉덩이를 토닥여줘야 할까 봐요. 이제 시작한 배밀이가 기어가기가 되고, 한걸음씩 걸음마로까지 성공할 때도 말입니다. 물론,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장하다, 용하다. 건강하게 아프지 말고 커주렴."이란 말씀은 잊지 않고 꼭 들려줘야겠습니다만......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