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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시장 안 갈래?"
"저요, 저요. 저 따라 갈래요."

작은딸이 오른 손을 번쩍 치켜들며 함께 가겠다는 뜻을 보입니다. 영락없는 학교 교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입니다. 마치 선생님께서 질문하신 것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 서로 먼저 발표하겠다며 손을 드는 것처럼......

조금 전부터 두딸은 샤워를 마친 후 TV를 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무슨 프로그램인가 싶어 슬쩍 쳐다보니 두딸이 일요일 저녁에 즐겨보는 런닝맨인 것 같더랍니다. 아마도 이번 주 방송분은 태국의 어느 시장을 배경으로 촬영을 한 것 같았고요.

그런데 큰딸은 이미 잠옷을 갈아입은 상태에다가 머리도 아직 덜 말린 상태더군요. 작은딸이 아빠와 둘이서만 시장에 가게 된 것이 좋았는지 언니한테 자랑을 하며 먼저 현관쪽으로 달려갑니다.

오늘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족발을 사러 시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배달업체에 시켜 먹는 것이 더 가격은 비싸고 맛은 떨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는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업소를 모아놓은 광고책자를 통해 이곳저곳 전화를 해 보았는데요, 분명 상호와 전화번호는 서로 틀린 것인데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같은 경우도 있더랍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배달을 시키기 보다는 직접 포장을 해오는 것을 선호하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이제 겨우 생후 9개월이 된 막내딸을 포함한 세딸을 바리바리 엮어서 외식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요.


매일 장을 보는 이곳, 사창시장


창신초등학교 방향에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우산을 들고 있는 작은딸이 아빠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칸타빌아파트, 칭신신협 쪽에서 들어가는 시장입구입니다. 여기가 시장의 정문인 것 같습니다.


시장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사창동에 있으니 사창시장입니다. 그러니 언제든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뛰어갔다 올 수 있습니다. 어쩔 때는 가스불에 된장국 용기를 올려 놓고서도 시장으로 달려가 물에 불린 시레기 한줌 사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족발을 사러 시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호기심에 기웃거리기라도 하련만 작은딸에게 있어 사창시장은 더이상 흥미를 끌지 못합니다. 병설유치원 때부터 시장견학을 다닌 탓도 있고, 거의 매일 아빠나 엄마하고 장을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만 원짜리 족발은 마늘과 풋고추를 잘게 썰어 올려 놓아 조금이나마 식감을 더 자극하고 있습니다.


만 원짜리 족발입니다.


저기 족발집이 보이는군요. 원래 더 위로 올라가면 족발을 파는 가게가 한 군데 더 있습니다만 오늘은 그냥 이 가게에서 사가기로 했습니다. 만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 두 종류가 있는데, 오늘은 만 원짜리로 하나만 골라 봤습니다.


온누리 상품권으로 전통시장에서 장 보세요



시장에 올 때는 항상 시장상품권(온누리 상품권)부터 챙깁니다. 해서, 오늘도 시장에 오기 전부터 혹시라도 온누리 상품권이 남아있나 찾아봤더니 없더랍니다. 지난 달 중순에 큰딸의 샌달구두를 사주는데 다 써버렸던 거지요.

불탄이 온누리 상품권을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건 온전히 형님의 배려 때문입니다. 형님이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은 시장 안에 있지도 않고,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도 아니지만 온누리 상품권으로 계산하고 싶어하는 손님이 있을 때는 그냥 받아준다고 합니다. 어차피 음식재료를 구입하러 시장에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형님은 가끔 그 온누리상품권을 가게로 놀러가는 불탄의 두딸에게 용돈을 대신해 쥐어주기도 하신답니다. 그러니 불탄의 집안에는 온누리상품권 몇장 정도가 항상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거지요.

그런데 오늘은 현금으로 족발을 사야 되려나 봅니다. 조금은 아쉽다고 해야 할까요? 당연히 내야 할 돈을 내는 건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참으로 간사한 게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게만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말입니다.


명절을 맞거나 영화 관람, 또는 서점에 갈 때마다 들르는 이곳, 육거리시장


사실, 명절을 맞거나 시내구경까지 하고 싶을 때는 시내에 있는 시장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주에서는 가장 크다고 알고 있는 육거리시장이지요.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나 영화관, 또는 큰 서점을 가야될 일이 있으면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팔리면 다행, 안팔려도 그만? 그렇게 햇밤이 널려있습니다.

고구마와 무가 지나가는 행인들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육거리시장은 정말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납니다. 사방팔방에서 통하는 시장 안에는 없는 게 없습니다.

언젠가 육거리시장에 들렀을 때, 큰딸과 작은딸이 닭장 안에 있는 닭을 보고는 "아빠, 이 닭들은 뭐예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두딸이 지금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에 다니던 때였죠. 눈동자에 빛을 반짝이며 묻는 두딸에게 이곳에서는 닭모가지를 비틀어 펄펄 끓는 물에 넣고 털을 뽑는, 그러니까 닭 잡는 곳이라는 대답을 차마 할 수 없었지요.

"응, 이곳은 닭을 분양하는 곳이야.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닭장을 쳐놓고 닭을 키우기도 하거든. 아침마다 암닭이 낳은 계란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

킁! 닭을 분양하는 곳이라고? 대답을 하는 스스로에게 어이없어 하면서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납니다.


매운 양념닭발을 먹기 위해서는 가는 곳, 터미널시장



이곳은 청주 고속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전통시장입니다. 고속버스터미널 옆에 있다고 해서 터미널시장이라고 불리고 있지요. 규모에 있어서는 사창시장과 육거리시장의 중간 정도의 크기가 될까요?


요렇게 생긴 닭발을 터미널시장 닭발가게에서 일단 삽니다.

요렇게 집에서 달달소리가 날 때까지 못살게 볶아줍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불탄은 이곳에서 파는 양념 닭발을 사들고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삶은 닭발에 양념을 묻혀서 파는 이곳의 양념닭발을 집으로 가지고 가서는 냉동실에 넣어둔 곰국진액을 조금 넣고 고추가루를 추가하여 자글자글하게 못살게(?)하면 닭발 속까지 양념이 배어들게 되어 아주 맛있어집니다. 한때는 이걸로 아내에게 점수를 많이 땄던 불탄이랍니다. 하하... ^^


얘들아! 맛있는 족발 먹으면서 사행시 지어야지?



오늘은 그냥 족발만 먹으면 안되는 날입니다. 왜냐하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문전성시(文傳成示)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문전성시(文傳成示)프로젝트'는 문화를 통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범사업입니다. 상업적으로 침체된 전통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음으로써 전통시장을 지역문화공간이자 일상의 관광지로 활성화시키려는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사업이지요.

이를 위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총 16곳의 전통시장에서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문화기획, 건축, 도시계획, 스토리텔링, 공공예술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장과문화 컨설팅단'이 커뮤니티 활성화, 문화콘텐츠 개발, 문화마케팅 등과 같은 문화적인 방법을 통해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는 겁니다.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전통시장 본연의 정취와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특성을 살리는 활성화 전략을 통해
고객과 주민들로 전통시장이 문전성시(文傳成市)를 이루게 하는 새로운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입니다.



자! 불탄은 두딸과 함께 이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전통시장으로 운을 띄어 사행시를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우선 사가지고 온 족발을 맛있게 먹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아이들에게는 보리차를 따라주고, 불탄과 아내는 반주를 한잔 곁들이기로 합니다. 이태백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주 한잔이 들어가면 더 매끄럽게 사행시가 지어질 것 같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자! 큰딸과 작은딸이 콤비를 이뤄 사행시를 짓겠다고 했으니 힘차게 전통시장으로 운을 띄어 보겠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족발이 젤로 맛있어요.

통한 족발로 주세요.

장에 올 때마다 맨날 맨날 먹고 싶어서

장 두 시간을 아빠, 엄마한테 졸랐으니까요.


'헉! 아빠가 족발 하나도 안사주는 좀팽이는 아니잖니?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려고 작정을 했던 거니? 크으~~'

딸들의 사행시에 화답을 하려고 머리회전을 열심히 해 봐도 잘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던 실력을 발휘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서, 연애모드를 탑재해서 아주 낮은 목소리로 은근하게 지어보겠습니다.


화번호 누를 때만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화가 시작될 때는 정말이지 심장이 너무 떨려 머릿속까지 하얬었죠.

답잖은 얘기만으로 더 이상 제 마음을 숨기지 않을 거에요.

맛비 내리는 시장 앞에서 오실 때까지 기다릴께요. 보고 싶어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전통시장을 방문하겠다는 다짐의 댓글을 남기시는 분들께 싸이월드 도토리를 드리는 '온기훈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