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랬을까.
그렇게까지 힘들었다는 걸 왜 지금까지도 모르는 건지
잠시 눈길을 돌렸다고 해서
바람도 돌아가는 곳에 이렇게 걸음을 멈추게 될 줄이야


벌써부터 개똥지빠귀의 나래짓은 겨울을 두드리는데
바슬거리는 낙엽에 묻힌 내 발자국에는 눈물이 스며있더라





걸음을 멈추거나 하지는 말아야지
어차피 내 길을 대신 맡기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음에야
걸음에 밟히는 설움도 가끔은 그리울 때가 있을 터이니


그리도 슬펐을까 싶어
어쩌면 핑계였을지도 모를 일이지
분명 하늘은 파랬으니 풀잎이 소리로 전하려 했을지도


아니었나
지금 생각해보니 나 조차도 모르겠어
어쩌면 파랬던 건 하늘이 아니었는지도
그리움을 따라가던 내 눈이 벼른 꿈이었을지도


풀잎의 소리도 없었을까
그냥 상념을 닫은 내 귀에서 잠시 머문 한숨이었을까





그래도 발길 뜸한 이 자리에
이정표로 남아 있는 판때기가 반갑다


이리로 걷다 보면 내가 가고 싶은 그곳에 닿을 수는 있으려나
가슴에 묻어 뒀던 그 오솔길이 맞으려나





한번 오르기나 해보자꾸나.
오르다 힘들라치면 잠시 고사목(枯死木) 밑둥치에라도
걸터앉으면 그만일 터이니


씁쓰레한 풀피리에 슬픔까지 젖겠냐마는
기어코 가려거든 내 눈물도 밟고 가렴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