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스 : AVIS'와 '대선주조'가 선택한 역발상마케팅 - 2등전략
최초의 2등 전략은 1960년대 미국의 렌터카 업체인 에이비스(AVIS)로부터 시작되었다. 창업 8년이 되었지만 적자는 누적되었고, 경쟁사였던 허츠(Hertz)는 7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에이비스를 컨설팅했던 광고회사 담당자는 ‘왜 꼭 1등을 해야 하나?’라는 물음으로 2등 전략이 구체화된 광고를 내보냈다.
“에이비스(AVIS)는 2등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우리를 찾는 이유는?”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합니다.”
이러한 문구는 소비자들의 마음에 기업의 진정성을 각인시켰다. 그 후 허츠의 시장점유율은 45%로 떨어졌고, 에이비스는 만성 적자에서 드디어 탈출할 수 있었다. 2등 전략은 이렇듯 기업의 진정성과 성실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부산의 향토 소주 업체인 대선주조가 ‘우리는 2등입니다’라는 광고를 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선주조의 경우 과거에 1등 업체였으나, 2등으로 밀려 이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는 내용을 전달해 당시 애주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미투와 패스트 팔로워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략
대부분의 사람들이 1등을 지향할 때, 아예 처음부터 2등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는 2등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포지셔닝에 기인한다. 사실 과거의 2등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은 미투(me too) 전략이었다. 1등이 하는 것을 고스란히 따라 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미투 전략은 결국 ‘짝퉁’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라는 개념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등이 가는 길을 뒤에서 바짝 따라붙어 감으로써 언제든 1등을 추격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1등이 계속해서 앞서나가면 2등은 영원히 2등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2등 전략은 이제까지의 수동성을 탈피한 새로운 차별화 전략이자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특징적인 기업이 바로 현대카드이다. 정태영 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2등 현대카드의 포부’라는 주제로 이러한 글을 올린 바 있다.
“제일 큰 식당, 제일 큰 호텔, 제일 큰 옷집, 제일 넓은 사무실은 우리 2등들이 재미없어 하는 것. 로맨틱한 식당, 편안한 호텔, 센스있는 옷집은 우리 2등들이 좋아하는 것. 우린 언제까지나 2등만 하겠다.”
이 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제는 2등 전략이라는 것이 1등이 되기 위한 전단계 또는 1등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오히려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시장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에 집중하고, 그것으로 해당 분야에서의 1등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는 지난해 겨울 시즌에 스키장과 전혀 제휴를 맺지 않았다. 당시 롯데카드가 많게는 12곳, 우리카드가 11곳이었던 데 반해, 현대카드는 한 곳도 제휴를 맺지 않았던 것이다. 상당수의 카드이용자들이 이미 2장 이상의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복할인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겨울 시즌에 적합한 외식이나 쇼핑 이벤트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는 곧 ‘모든 분야에서 잘하려고 하지 않고 특정 분야에만 집중해 고객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2등 전략은 과거의 미투전략이나 패스트 팔로워 전략과는 확연히 다른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 리스크 피해 단번에 1등으로 올라설 수도
2등 전략의 경우, 알 수 없는 시장의 리스크를 회피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내는 데에도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시장에 진입해서 1등이 되기까지는 많은 개발비용과 위험감수 등이 필요하다. 만약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힘만 빼고 정작 원하는 성공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러나 2등 전략을 고수했을 경우에는 1등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시장을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 심리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 가운데에서 보다 새로운 전략전술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초기 시장의 위험을 회피하고 표준화된 시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기술적인 불안 요소를 회피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사실 ‘첨단기술’이라는 말은 그만큼 아직 기술이 완전히 상용화되지 못했다는 의미도 있다. 실제로 단층촬영기 시장의 경우, 미국 EMI가 최초의 1등 기업이었다.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났으며, 실제 시장의 50%를 장악하는 기염을 통했다. 하지만 사용법과 기술적 적용이 어려워 고객사들은 불만을 토로했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GE는 기존의 제품을 개조해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으로 바꿔 단번에 1등의 자리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우리 중소 제조업도 충분히 활용할 만한 방법이다. 더 나아가 2등 전략은 혁신을 이뤄나가는 데에도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사실 1등 기업들은 대부분 막대한 자본, 많은 수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비대해진 조직운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타성에 젖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2등 기업들은 1등의 조직운영을 바라보면서 보다 민첩하게 혁신을 진행시키고 그것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감으로써 변화하는 시장에 훨씬 더 잘 적응할 가능성이 있다.
때로 ‘1등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기’도 2등 전략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 2위의 온라인쇼핑몰 운영업체 징둥(京東)이다. 이 회사는 최근 1위의 기업인 알리바바를 공상업총국에 고발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 행사 시에 알리바바가 입점업체들에게 ‘광군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징둥과 알리바바 한 곳만 선택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는 ‘거인과 싸우면서 거인이 되어간다’는 또 다른 전략이 숨어 있다. 소비자들은 징둥의 규모와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알리바바와 싸울 정도의 기업이다’라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2등 전략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또한 전략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 중소기업들도 이를 잘 활용한다면 시장에서 보다 특별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청 웹진 '기업나라(201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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