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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망한 것이었음을 몰랐던 만큼
우리를 묶어 둔 믿음을 잃고
작두처럼 잘리워진 인연의 줄에
가벼운 현기증을 실어 보낸 뒤
   
 

마치 걸인이나 된 것처럼
미련스레 기억됨을 구걸하려고
상처밖에 남지 않았을 세상 속에서
빠져나갈 구멍 찾는 붕장어 된다.
 

미숙한 채로 살지 못할 운명 탓인지
아스라한 기억으로 버리지 못해
애써 되살리려 애쓰는 만큼
잔떨림의 오한으로 토하려 할 때 
     

하기야 이제껏 내 가슴 한켠에
낮게 드리운 그리움처럼
피 울음 깊게 깊게 삼켜 보아도
목울대 얼얼하게 보고만 싶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