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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취학을 앞둔 딸아이를 위해 안과검사를 했던 날입니다. 평소에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빠된 마음으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내년에 입학할 작은딸도 함께 검사를 받게 했습니다. 간단한 시력검사와 두가지 검사를 더 하더군요. 다행히 두 딸 모두 시력도 좋고 눈 건강도 양호하다고 합니다. 의사선생님의 입을 통해 듣고나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더군요.
 
이어 본가에 들러 아이들을 맡기고는 시장 앞에 있는 마트에 들렀습니다. 몇 가지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데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저녁시간이 훨씬 넘어서 그랬을까요? 조금 도수가 높은 게 땡겨 오더군요. 진열대에서 정리를 하고 있던 유니폼 입은 직원에게 양주 코너를 물어봤습니다. 계산대 뒤편에 있다고 하더군요.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카트에 담아 싣고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헉... 근데 이게 왠일입니까? 그리운 추억의 '뻘양주' 캪틴큐가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완전 정글 속에서 타잔이 동물 친구들을 부를 때 내는 "아! 아아~ 아아"와 무슨 영화의 한 장면에 나왔던 "심봤다!!"를 합친 만큼의 소리를 질러도 시원치 않을 반가움이 크게 밀려 옵니다. 그러니 어쩌겠어요? 얼른 손을 내밀어 갔지요.
 
아! 그런데 포켓용 밖에 없군요. 그래도 그게 어디냐 싶은 마음에 얼른 두 병을 집어 카트에 담았습니다. 계산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계속 얼른 맛보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지요. 참 180ml 포켓용 캪틴큐 한병에 단돈 1,900원을 받더군요.
 
사실 캪틴큐는 양주도 아니지요. 대충 위스키나 브랜디 종류의 양주는 성분 표시가 되어있기 마련입니다. 위스키만 하더라도 몰트 위스키 OO%, 스카치 위스키 OO% 라는 식으로 성분과 비율 표시를 하게 되어 있지요.
 
그런데 이 캪틴큐에는 성분 표시는 하나도 없고 그냥 일반증류주라는 주종만 표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먹고 나면 머리가 깨져 버릴 것 같은 통증과 점심시간 이후까지 계속에서 입안에서 맴돌며 괴롭히는 특유의 거북한 향기로 기억되는 아주 저급한 술일 뿐입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반가운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 보려니 옛날의 향수가 그리워서라는 답변이 금새 입에 걸리더군요.
 
캪틴큐
 
자! 이제 맛을 봐야 할 시간입니다. 얼른 한 병을 먼저 꺼내어 뚜껑을 땁니다. 혹시나 하고 롯데칠성음료에서 표시한 용기주입년월일을 보니 2007년 6월 1일 10시 52분으로 적혀 있네요. 아마도 지금은 생산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캪틴큐
 
오늘 불탄이 사가지고 온 포켓용 캪틴큐는 예전에도 늘 그랬지만 따로 잔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병째로 입안 가득 한모금 부어 머금으면 되는 거지요. 그래봐야 서너번 꼴깍거리면 바닥이 보입니다. 180ml 밖에 되지 않거든요. 일부러 안주도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콩자반으로 정했고 말입니다.
 
그렇게 한 모금의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아! 옛날 추억이 떠오릅니다. 쏙하니 청바지 뒷주머니에 쉽게 들어가게 만들어진 형태의 병 모양에서부터 목으로 타넘어들어가던 그 느낌과 여전히 거북한 그 특유의 주향까지 어우러져 뜨거운 옛날을 추억하게 만듭니다.
 
혹시 캪틴큐를 아시나요? 캪틴큐를 알고 있고, 80년대에 술을 마실 수 있었던 연령이시라면 불탄이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느낌이 어떨 거라는 생각과 함께 공감을 해 주실 거란 믿음을 갖게 됩니다. 어쨌든 오늘은 그렇게 잠시 행복을 맛보게 되었던 날입니다. - by 불탄 2010.2.23.

 

 

 

 

소리없이 잊혀져가는 담배 88라이트를 찾아서

담배 88과의 인연 1987년 대학교 2학년 재학시절, 교련 과목의 2학기 과정인 전방교육을 떠날 때 팬티와 수건보다 더 많이 챙겼던 것이 바로 담배 88이었다. 그 당시에는 대학교에 교련과목이 있었�

ceo2002.tistory.com

 


......앞의 글 생략

그러던 어느 날 양주에 대한 동경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양주라고 해 봐야 몰트위스키나 스카치위스키 류는 호텔이나 외국인 전용 바에서나 원액이 함유된 진짜 위스키를 구경하거나 맛볼 수 있었고, 대부분 가정용이나 슈퍼, 연쇄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양주의 흉내를 낸 이미테이션에 불과했다. 물론 정부에 의해 강제된 결과였다. 캪틴큐(정식 상표가 캡틴큐가 아니라 캪틴큐였음)와 나폴레온이 그러한 이미테이션 양주에 있어서는 대표주자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즐겨 마셨던 싸구려 양주에 대한 추억을 이렇게 포스팅해 보기로 했다.




먼저 캪틴큐(Captain Q)를 생각해 보았다. 해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귀여운 얼굴의 모델이 "뢈"이라는 발음을 하면서 병 뚜껑이 따지는 소리와 함께 애꾸눈을 덮었던 검정 안대를 돌출(?) 시켰던 광고가 생각난다.

캪틴큐는 롯데주조(지금의 롯데칠성음료)에서 뱃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럼주의 향을 혼합하여 주조한 술인데 럼향을 섞어서인지 정말로 강한 향기가 코 끝을 자극시켰고, 적당량 이상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기억의 필름을 끊어 놓았으며, 아침 밥은 물론이요 점식 밥까지 손사레를 치며 거절하게 만드는 기가 막힌 술이었다. 아마도 싼 값을 하는 모양이었으리라.

나중에는 포켓용으로도 주조가 되어 유통이 되었는데 나폴레온과 함께 고고장(지금의 나이트클럽 정도 : 그 당시에는 닭장이라고 하였음)에 입장할 때 맥주 기본을 시키고는 뒷주머니에서 포켓용 캪틴큐이나 나폴레온을 맥주 글라스에 따라 마셨다. 맥주 색보다 조금 진했기 때문에 어두운 조명에서는 잘 알아볼 수 없었고, 또 웨이터들도 그 특유의 향 때문에 알아차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감아 주는 센스 정도는 발휘해 주었던 같다.




두번 째는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을 등장시킴으로써 진짜로 물 건너온 양주의 이미지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해태주조의 나폴레온(NAPOLEON)이 생각난다. 특히 포켓용으로 주조된 소형 용기에는 앙증맞은 술잔이 병 뚜껑에 엎어져 있어 별도의 잔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였던 기억도 이채로왔다.

나폴레온은 캪틴큐와 소매점에서 유일하게 맞짱을 뜰 수 있는 양주를 흉내낸 술이다. 이것은 해태주조(1999년을 전후로 하여 해태그룹은 19개에 이르던 계열사 모두가 파산 또는 매각, 인수합병이 되어 현재 해태주조의 명맥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가 즐겁게 주고 받는 술이라는 컨셉으로 이슈를 만들었던 술인데 캪틴큐보다 조금 비쌌다. 그래봐야 몇 백원이었지만...




이 술 역시 캪틴큐와 쌍벽을 이룰만큼 머리에 지끈한 통증을 선물함에 인색하지 않았으며 특유의 향 역시 다음 날 점심 무렵까지 코끝을 떠나지 않는 속버림의 최강자였다. 병 모양에 있어서 캪틴큐보다 다소 고급스러움을 표현하였기에 주위 사람들이 그나마 나폴레온을 더 선호하였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다음으로 쥬니퍼(Juniper)가 생각난다.

런던드라이진을 표방한 술로써 해태주조의 런던드라이진과 상호 경쟁했던 술이었는데 참이슬 이후 브랜드 J로 인기몰이를 노리고 있는 진로에서 주조한 술이었다.

쥬니퍼는 원래 토닉워터와 섞어서 진토닉으로 마시거나 오렌지와 섞어서 진오렌지로 마시는 용도의 술이었으나 우리는 토닉워터나 오렌지쥬스 살 돈을 아끼기 위해 그냥 원액을 즐겨 마셨다.

그 특유의 소나무에서 나는 송진향이 입안 가득 풍겨오면 어느 새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게 되며, 자꾸만 실없는 웃음을 만들게 강요하였다.

해태의 런던드라이진이 사각의 긴 병 모양이었다면 쥬니퍼는 둥그런 타원형의 라운딩을 가졌던 병 모양이었다.


이 외에도 내가 조금 더 어렸을 때에 광고를 통해 귀와 눈에 익숙했던 술이 바로 롯데주조의 보드카 하야비치와 독일 맥주 이젠백이있다.




오비와 크라운의 각축장이었던 맥주시장에서 TV 광고까지 감행하였다가 어느날 사라져 버린 이젠백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나중에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어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