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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학교 2학년 재학시절, 그 당시에는 대학교에 교련과목이 있어 1학년은 문무대를, 2학년은 전방교육을 수료하면 군복무 단축 혜택이 주어졌다. 2가지 과정을 수료하면 현역인 경우에는 각각 45일씩 해서 3개월을 그리고 보충역인 경우에는 각각 10일과 11일씩 해서 21일을 말이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삼각산부대에서 전방교육을 받으러 가게 되었을 때 선배들의 귀띔으로 사제 담배를 넉넉하게 준비해갔다. GP근무를 서는 현역병인 경우에는 6개월 동안 면회나 외출, 외박이 안 되기 때문에 사제담배가 아주 인기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이왕이면 새로 나온 담배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 88담배로 준비했다. 아마도 88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담배인삼공사에서 기획한 것이리라.

ciga_88
담배 88라이트


종류도 다양했다. 붉은색, 파란색, 녹색. 각각의 담배에는 나름대로 독특한 맛과 향이 있었는데 붉은색 담배는 지금 판매되지 않고 있으며, 멘솔 향과 맛이 나는 녹색과 일반적인 향과 맛이 나는 파란색만 유통되고 있다.

벌써 20년의 세월이 훌쩍 넘어간 지금.

"88 하나 주세요."
- 네?

"담배 88 하나 달라고요."
- '…….'

점원이나 주인이나 할 것 없이 담배 진열장을 위에서 아래로 서너 차례 훑고 지나가야 겨우 찾아내기 일쑤다. 그나마 이렇게 판매를 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아예 비치를 해두지 않은 곳도 상당히 많다.

아직까지 담배 88을 애연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경우 때문에 곤란을 겪을 때가 많다. 일단 시내로 나가면 88담배가 없는 슈퍼가 많다는 것이고, 그럴 때마다 할 수 없이 다른 담배를 사게 되는 경우에는 영 개운치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실에서나 식사 후에는 더욱 그렇다.

한국은 담배 인심이 굉장히 좋다. 기차역 시계탑이나 지금은 금연구역이 되어버린 버스 정류장에서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담배 한 가치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 담배 한 가치만 빌릴 수 있을까요?"
- 네. 88인데 괜찮으세요?

"네? 88이요?"
- '…….'

미안하다는 표정을 억지로 지어보이며 그냥 가버린다. 얻어 피우는 놈이 별걸 다 가린다 싶은 마음에 얼른 쫒아가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직장에서 겪을 때는 매우 난감하다. 직급이 낮은 직원인 경우에는 피워도 그만, 안 피워도 그만이다. 그러나 사장이나 거래처 사람과의 자리에서는 슬며시 꺼려지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려면 대세를 따라가야 한다고는 하지만 내 입맛대로 사는 게 인생이라고 스스로 위로할 때도 많다.

술도 각 지역마다 독특한 브랜드들이 있다. 소주를 즐기는 내가 선호하는 두꺼비 브랜드의 경우는 전국에 쫙 깔려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한번 입에 맞으면 잘 바꾸지 않는 성격 탓 때문이리라.

그나저나 점점 아이들의 금연 압박이 심해지는 관계로 조만간 담배 88하고도 이별을 해야 할 것 같다. 20년을 연기로 날려버린, 어쩌면 내 청춘과 함께 날아 가버린 그 이름이 바로 담배 88이다. - by 불탄 2019.8.1. AM 05:34

 

소리없이 잊혀져가는 담배 88라이트를 찾아서

담배 88과의 인연 1987년 대학교 2학년 재학시절, 교련 과목의 2학기 과정인 전방교육을 떠날 때 팬티와 수건보다 더 많이 챙겼던 것이 바로 담배 88이었다. 그 당시에는 대학교에 교련과목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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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