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스포츠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덕목은 누가 뭐라 하더라도 "정정당당"일 겁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것이죠. 그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나뉠 수도 있고, 승부를 가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승자에게는 찬사를, 패자에게는 격려를 북돋아줘야 되겠지요.

우리는 그런 스포츠를 보면서 감동하기도 하고, 열정을 느끼기도 하며, 때로는 아쉬움을 달래보기도 합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만큼 열성을 가지고 응원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마음입니다. 응원하는 선수가 승리를 거둔다면야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가끔은 지게 되더라도 최선을 다한 선수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페어플레이를 펼친 상대 승리선수에게는 아낌없는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지요.

그런데 말이죠. 스포츠맨십에 어긋나 보이는 경기를 보게 될 때는 누구나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겁니다. 승부에만 집착하는 선수가 밉게 보이고, 이해하기 힘든 편파판정만 하고 있는 심판이 야속하기만 하지요.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나 첨단장비의 필요성을 언급하곤 합니다.

허나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방법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하는 경기에 첨단으로 무장한 기계장치가 관여하게 된다면 시도 때도 없이 흐름이 중단될 것 같기도 하고, 기계장치가 감지하는 규칙에만 얽매이게 될 터이니 스포츠를 즐기는 재미도 크게 반감될 것 같기도 하니까요. 적당히 실수하는 심판의 판정이나 교묘히 행하는 선수들의 트릭도 경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오늘은 '공정한 경기를 보장해 주겠다.'는 컨셉의 아주 재밌는 축구공 하나를 다뤄볼까 합니다. ‘씨트러스(CTRUS)’라는 이름을 가진 이 축구공은 이미 지난 2월부터 많은 매체에서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많은 축구팬들이나 스포츠용품을 취급하는 분들께서는 알고 계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읽어가다 보니 문득 예전에 치러졌던 축구 경기가 떠오르더군요.


바로 작년 4월 1일에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졌던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의 한국과 북한 경기였죠. 그 경기에서 북한 정대세의 헤딩슛이 골이냐 아니냐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야 노골 선언이 되어 우리나라 대표팀에게는 천만다행이었습니다만, 지금도 께름칙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리고 올해 6월, 남아공에서 치러진 2010 월드컵은 너무나도 많은 심판의 오심 때문에 최악의 '오심 월드컵'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오명까지 뒤집어썼지요. 거기에 한몫 단단히 했던 것이 바로 이 경기였을 겁니다.


6월 28일에 있었던 잉글랜드와 독일의 16강 경기에서 잉글랜드의 프랭크 램퍼드가 전반 37분에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린 뒤 골라인 안쪽으로 떨어졌지만 우루과이 주심은 노골을 선언했습니다. 여러 각도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줬던 이 순간의 장면이 만약 골로 인정되었다면 어쩌면 잉글랜드가 독일에게 1-4로 패하는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FAIR PLAY IS ALL ABOUT TRANSPARENCY’를 컨셉으로 하는 ‘씨트러스(CTRUS)’라는 이름의 이 하이브리드 축구공이 만약 북한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경기에서나 남아공월드컵 본선경기에서 사용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씨트러스(CTRUS)’가 심판의 실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위한 혁신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아 2010 레드닷 컨셉 어워드까지 수상했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지기는 합니다.





허나 한가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터액티브 감지 시스템까지 내장되어 있다는 이 축구공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꼭 좋아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악법도 법일 수 있는 것처럼 설령 실수와 오심이 어느 정도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 또한 경기의 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테지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