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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문이 보도한 뉴스를 몇 시간째 읽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멍한 눈으로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데도 조용하기만한 우리나라 현실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군사, 정치, 경제, 복지 선진국을 보면서 마냥 부러워 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그리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일보의 뉴스 [ ▶ 기사 원문 : [국정원 수사결과 발표] 야당 후보 반대 글 많아.. 문재인 37건, 이정희 32건, 안철수 4건 ]였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표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위 링크 참조


결국 이 모든 것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조직적, 악의적 지시에 의해 자행되었음이 밝혀진 것입니다. 국가의 안보와 정보력 강화에 온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국정원이 댓글알바 집합 및 교육소요, 정치 권력자의 일개 심부름센터에 지나지 않았음이니 이 나라 국민이라는 사실이 왜 이다지도 부끄러운지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마냥 좋다고 쳐 웃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이 나라 곳곳에서 방귀깨가 뀐다고 하는 자칭 '보수(라고 쓰고 수구꼭통이라고 읽습니다)들'이요, 진정 나아갈 방향성을 상실한 채 열심히 주판알만 튕기는 '입진보들' 입니다.

지난 대선국면에서 뿐만 아니라 아주 소소한 사안에 이르기까지 국정원 심리전단의 조직적, 악의적 정치개입은 이뤄져 왔음을 우리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불탄이 인용한 기사의 헤드카피에 쓰여져 있는 문재인 37건, 이정희 32건, 안철수 4건이란 말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고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고가 가능한 이 땅의 미숙한 정치풍토와 깨다 만 시민의식이 문제인 것입니다.

댓글을 달고, 의도적이며 악의적인 찬반클릭 조작으로 여론을 바꾸려 하는 건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개인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 그들 개인들의 뜻을 한데로 모아 조직한 동호회나 커뮤니티 정도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허나, 그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그들 개개인에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벌금 등 금전적 손해나 신원의 불이익, 또는 신체구속의 처벌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이 땅에서는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무한면제의 특권을 하사하고, 또 그 특혜에 빌붙어 사는 이들이 더 큰 목소리를 가졌음이 분명합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쪽팔릴 짓을 버젓히 하면서도 애써 애국과 충성이라는 포장을 덧씌우는 그 뻘짓을 보고 있노라면 아득한 절망 너머에 있을 기함이라도 쳐야 할 판이 아닐런지요.

원세훈 전 원장 취임 이후 정부의 정책 홍보와 반대 세력에 대한 대응 활동이 결국 특정 정당, 정치인의 지지 반대 의견 유포 활동으로 이어졌고, 조직적인 추천 반대 클릭 역시 특정 후보의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이뤄진 선거운동이었다.

한국일보가 인용한 수사 검찰의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 땅의 잘난 법은 원세훈은 물론이요, 그의 지시를 받고 행동한 이들에 대한 처벌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정확히 40년 전인 1973년의 미국에서는 미국의 역사·정치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대통령이 사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 ▶ 불탄의 관련 포스트 : 남북회담 무산? GH에게 권하고픈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 ]

그때 닉슨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사임한 이유, 즉 '워터게이트' 사건은 지금 이땅에서 자행되고 있는 '국정원 게이트'와 비교해 너무나도 경미하달 수밖에 없는 것이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는지요. 다른 건 모두 차치해 두고서라도 이 땅의 정치문화를 미국은 물론이요 유럽의 여러 나라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요. 어쩌면 파리밖에 되지 않는 꼬락서니를 가지고 비상하는 새들이 부러워 애써 비교하려는 뻘짓일지도….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