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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동안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 몇몇을 소·조사했다고 다수의 언론매체가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사실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또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런갑다"로 치부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에 대한 조사가 조사가 모두 비공개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주말이었다는 것, 국정농단의 종범 - 나중에는 주범급이라고 낙인 찍힐지 모르겠습니다만 - 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총수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다는 것, 시기적으로 11.12 민중총궐기와 맞물렸다는 것.


결국 이 모든 것들을 태연자약하게 진행했던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스스로 '면피성 졸속 수사'였음을 인정한 꼴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재벌 - 전경련 - 박근혜로 이어지는, 그리고 청와대 내부에서 자행된 부역자들의 '묻지마 특혜 제공'에 대해 매일같이 밝혀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당장 재벌과 박근혜, 그리고 전경련이 주도한 국정농단만 놓고 보더라도 박근혜와 재벌총수의 독대,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자금지원, 정유라씨에 대한 하나은행의 대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 등이 밝혀지면서 그 뒤에 숨어있던 그림자의 실체가 바로 전경련이었다는 사실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특히, 경영권 승계, 총수의 사면, 재벌에 대한 검찰수사 무마 등이 필요했던 재벌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 및 설립, 박근혜와 재벌 총수 간의 독대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자면, 재벌·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800억 원이란 자금의 용도는 대가성이었다는 게 확실하다는 생각입니다.


2016/11/08 - [불탄의 촛불누리/시사 뷰포인트] - 박근혜·최순실게이트 800억은 기부금이 아닌 수고비 - 재벌은 뒤로 숨었다

2016/11/11 - [불탄의 촛불누리/불꽃 가라사대] - 민주노총이 박근혜를 검찰에 고발했다 - 죄명은?

2016/11/12 - [불탄의 촛불누리/불꽃 가라사대] - 박근혜 의료민영화정책은 800억 헌납 기업들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러니 대한민국 검찰은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재벌 및 대기업의 자금 흐름 추적에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이 '대가성'의 유·무에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만 재벌 총수와 그 앞잡이인 전경련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가능할 터이고, 그 결과에 따라 어쩌면 '뇌물죄'에 의한 처벌도 가능하게 될 테니까요. 그렇다고 정치권력이 재벌·대기업과 함께 짜놓은 질기디 질긴 정경유착의 고리까지 어찌해 보겠다는 '철딱서니 없음'은 아니겠습니다만.


어쨌든 이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불탄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러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으로 시끌벅적했던 오늘 같은 날에 경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한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등의 소비자·시민단체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게이트’를 관통하는 정경유착이란 병폐와 그 핵심에 있는 재벌과 전경련에 대한 뇌물죄의 적용"을 축구하고 나섰겠지요.


기자회견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참여연대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과 설립은 뇌물을 통한 정경유착이다.

전경련과 재벌을 뇌물죄로 수사하라!


- 추락한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보다 영원한 경제권력인 재벌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려워

- 성급한 재벌총수 소환이 “면피성 졸속수사”가 되어서는 안 돼

- 경제민주화공약 후퇴, 재계에 대한 소원수리 등

- 재벌의 부정한 청탁과 이에 부응한 정권의 선물은 도처에 만연

- 검찰은 뇌물죄로 전경련과 재벌총수를 수사하고 처벌해야


검찰은 어제(11/1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공개로 소환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하였다.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였다는 것은 뇌물공여죄의 피의자가 아닌 직권남용의 피해자로 본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이번 주로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를 앞두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시간에 쫓기면서 하는 수사를 통해 과연 검찰이 부패한 정치권과 재벌 총수간의 검은 거래의 전모를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진정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가는 권력”이 되어 버린 부패 정치인에 비해, “영원히 군림할 것 같은 권력”인 재벌 총수를 수사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돈을 준 사람”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서 “돈을 받은 공직자들에 대한 뇌물죄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경제민주화네트워크,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을살리기운동본부, 참여연대 등 제 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이 부패한 정치권력과 검은 거래를 한 의혹을 사고 있는 재벌 총수들과 그 앞잡이 노릇을 한 전경련을 철저히 수사하여 이번 기회에 기필코 정경유착의 그릇된 관행을 척결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 열풍처럼 번졌던 경제민주화 바람은 전근대적이고 부패한 지배구조에 기대어 거대한 기업집단을 좌지우지하던 재벌 총수들에게는 중대한 위기였다. 특히 국법 질서를 위반하여 총수가 이미 사법적 심판을 받고 있거나 그 심판이 임박했던 몇몇 재벌 총수들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법적 심판의 집행을 면제해 줄 수 있는 최고 권력층에 줄을 대어야 할 필요와 유인이 있었다. 그리고 편법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려고 하는 재벌 총수의 입장에서는 이를 지원하거나 적어도 묵인해 줄 수 있도록 정치 권력을 구워삶고 싶은 유인이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여러 비상식적 정책변경과 권한행사를 돌이켜 보았을 때,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돈으로 매수했다는 가능성이 가능성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현실이 된 것이라는 합리적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재벌 소속 금융·보험회사가 계열회사에 대해 행사하는 의결권의 상한을 축소하겠다는 대선 공약이 지금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이 실종된 점, ▲규제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다른 상법 개정안은 조용하고 신속하게 통과시키면서도, ‘총수로부터 자유로운 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선공약은 법무부가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있다가 회기만료로 폐기된 점, ▲재벌 관련 경제민주화 공약의 실천 사례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역시, 정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무리한 합병의 결과로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발생하자 기획재정부가 이를 예외로 처리하라고 공정위를 압박했던 점, ▲정작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것으로 판명된 원샷법 도입에 주무 장관은 물론, 전경련과 대통령까지 나서서 거리 서명을 하면서 국회를 압박했던 점,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를 동시에 지배하려는 삼성을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하겠다면서 공정위가 삼성의 “적극적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는 점 등은 모두 경제민주화를 위한 각종 제도 도입이 좌절되거나 지연되거나 왜곡되거나, 또는 재계의 소원수리를 위한 비뚤어진 입법이 추진된 증거들이다.


물론 이외에도 특정 재벌과 관련한 보다 직접적인 소원 수리의 개연성은 얼마든지 더 있다. ▲배임죄로 두 번씩이나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던 SK 그룹 총수가 통상 “재범의 우려가 없는 자”에게 허용되는 대통령 특별사면을 통해 풀려난 점, ▲부영그룹이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정치권과 거래 논의가 오갔던 점, ▲총수 일가가 모두 사법적 심판대에 섰던 롯데 그룹이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했다가 급히 반납 받은 점, ▲합병 비율 산정이 총수 일가에게 유리하게 산정되었다는 의혹 속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비밀리에 회동하고, 며칠 후 국민연금이 내부 절차와 외부 자문기관의 권고를 모두 무시한 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찬성하고 스스로에게는 수천억 원의 손실을 초래한 점 등은 모두 부패한 정치권과 재벌 총수들이 직접적으로 거래했다고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소원 수리” 사안들이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는 단순히 몇몇 대통령의 지인이 국정을 농단한 일과성 범죄행위가 아니다. 부패한 정치권력이 경제권력과 서로 아쉬운 내용을 가지고 검은 거래를 주고 받은 정경유착이 그 본질인 것이다. 특히 이제는 사실상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해 버린 몇몇 부패한 권력자와 그 주변인들을 사법처리하는 것보다, “앞으로도 영원히 군림할 것 같은 권력”인 재벌 총수를 사법처리하는 것이 진정 더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재벌 총수와 그 앞잡이인 전경련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비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는 점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에 연루된 부패 권력자들을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정도로 처벌하는 것에 더하여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선결 조건이다. 검찰의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가 요구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 여기에 모인 제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이 재벌 총수와 그 앞잡이인 전경련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박 겉핥기식 수사”가 아니라, “국법질서를 문란케 하고 정경유착을 통해 부당하게 경제적 과실을 획득한 뇌물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시장 경제의 질서를 투명하게 하는 데 앞장설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우리는 또한 국회가 하루빨리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부당하게 획득한 범죄 관련 수익을 완전하고 철저하게 환수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지부진한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신속하게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지난 주말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 시위는 단순히 부패한 정치권력에 대한 규탄 때문만이 아니라 대다수 민중들의 삶이 지치고 힘들고 고단하고 희망을 빼앗겼기 때문에 일어난 것임을 검찰과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6년 11월 14일 - 경제민주화네트워크·금융정의연대·민주노총·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전국유통상인연합회·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참여연대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