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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6일, 융·복합형 관광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미명하에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의료관광호텔업과 소형호텔업의 신설 내용을 담고 있으니, 내년 상반기부터는 일명 '메디텔'이라 불리는 의료관광객 전용 숙박시설의 본격 도입을 쉽사리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의료관광호텔업과 관련한 개정안은 공포 3개월 후부터 시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를 알린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의료관광호텔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환자 및 동반자가 불편함이 없도록 19제곱미터 이상의 면적을 가진 20실 이상의 객실을 갖추도록 하고, 연간 1,000명 이상(서울지역 3,000명 이상)을 유치한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연간 실환자 500명 이상을 유치한 유치업자"만 등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간 기준으로 총 숙박가능 인원 중 내국인 투숙객이 40%를 넘지 않아야 하며, 의료관광호텔시설과 의료기관시설은 별개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시켜야 합니다. 결국 의료관광호텔은 의료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라는 취지와 부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허나, 이번 개정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은 너무도 비판적입니다. 특히 지난 11월 28일 무상의료운동본부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했으니 말입니다. '메디텔'이란 것이 "사실상 수도권 대형병원의 내국인 환자 유치용이며, 호텔 내에서 유사의료행위가 행해지는 등 의료공급의 왜곡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제대로 된 대책 마련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통과시킨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함이야말로 가장 큰 반대 이유라 할 것입니다.

보건의료 대안매체를 표방하고 있는 '라포르시안'은 "의료관광호텔이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지방 외래환자를 위한 숙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우려와 "수도권 대형병원의 내국인 환자집중 현상을 심화시켜 결국 의료의 지역적 불평등과 의료기관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해지는 의료전달체계의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을 함께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부미용 등 비보험진료나 수치료 및 아로마치료 등 의학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유사의료행위가 의료관광호텔 내에서 행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의 상업화 경향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했습니다.

결국 "의료기관이 아닌 외국인 환자 유치업자의 의료관광호텔 설립 허용은 자본과 병원의 커넥션을 심화시킴으로써, 자본에 의한 병원의 지배가 가능해진다"는 즉, '메디텔'과 '의료민영화'와 서로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있으며, 병원에 대한 시각도 국민건강보다는 수익창출을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의 "공공병원 비중이 10%도 안 되는 국내에서 의료관광활성화가 보건의료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분석과 대안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의료관광 활성화를 내세운 의료관광호텔 허용은 재벌병원의 환자 독식 심화와 의료의 상업화 강화라는 측면에서 우회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에 불과할 뿐"이라는 무상의료운동본부의 비판에 자연스레 공감할 수밖에요.

만약 병상이 부족한 대형병원이 근처에 메디텔을 짓고, 40%의 내국인 환자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대형병원이 수도권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근처 가까운 곳에 숙박시절마저 없다면 또 어떻게 될까요? 두 말할 필요 없이 대형병원이라면 메디텔 도입을 위해 물불을 안가리게 될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작년에 이 같은 호텔을 지으려다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실패한 것만 봐도 자본을 앞세운 의료민영화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하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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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의 분리를 통한 '건강보험의 무력화' 즉,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로 이어집니다. 영리병원의 도입 역시 '건강보험의 무력화'와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를 목표로 합니다. 민영의료보험의 거대자본이 노리는 것은 결국 '의료민영화'이며, '메디텔 도입' 또한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의료민영화를 위한 또 하나의 꼼수, 메디텔 도입에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