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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의 집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딸과 병설유치원에서 최고참으로 호령(?)하고 있는 작은딸과 함께 불탄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단출하게 보이는 네식구가 매일같이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고 보니 남들의 눈에 보여지는 불탄의 모습이라는 것은 평범한 딸딸이 아빠에 불혹을 훌쩍 넘긴 흔해빠진 아저씨 중의 하나겠네요. 그리 많지도 않은 우리 네 구가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찌보면 불탄에게는 개인사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겠지요. 특별히 큰 사건, 사고가 없는 나날이 이어지게 된다면 말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우리 가족도 아침 시간부터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렇다고 눈물이 나거나 가슴이 저미는 그런 슬픔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생활인의 비애라고나 할까요? 문득 그런 표현을 쓰고 싶어지는군요.


일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을 깨우고, 칫솔에 치약을 묻혀주면서 올바른 양치와 깨끗한 세면을 돌봐줘야 하지요. 아내가 아이들이 뭐라도 입 다실 꺼리를 만들고 있는 동안 두딸 아이의 속옷과 겉옷도 챙겨놔야 합니다. 기껏 차려온 밥상을 흘낏 쳐다보고는 왠지 마음에 드는 반찬이 없으면 죽어라고 입으로 밥숟가락이며 반찬 젓가락을 가져가지 않지요.

그럴 때마다 하는 생각이 남들은 자녀들에게 바쁜 아침시간에 뭘 먹여서 학교나 유치원에 보낼까 싶은 생각이 들더랍니다. 한 번이라도 더 밥 한숟갈을 입에 물리기 위해 싸워야 하는 그런 아침마다 말입니다.


그래서 불탄도 아내와 상의를 해가면서 여러 가지 아침밥 "꺼리"를 개발(?)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무엇이건 만들어주면 잘 먹는다는 것입니다만 불행스럽다는 것은 많이 먹지도 않을 뿐더러 어떤 메뉴가 되었건 이틀 연속으로 써먹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아이들 입이 짧아서 그런지, 아니면 금방 싫증을 내서 그런지......

아니, 어쩌면 그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아침에 그렇게 맛있게 먹던 도너츠를 방과 후 간식으로 다시 내어주기라도 하는 양이면 절대로 쳐다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불탄이 시도해 언 아이들의 아침 먹거리에 대해서 어떤 기준이나 순서와는 상관없이 생각나는대로 쭈욱 나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긁은 누룽지, 끓인 누룽지


불탄의 식성을 닮았는지 누룽지를 좋아하는 두딸이랍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부러 누룽지가 생기게끔 뜸을 오랫동안 들이면서 밥을 하지요.

아이들에게 밥을 주려고 밥을 하는 게 아니라 금방 누른 누룽지를 긁어 먹이려고 밥을 하는 요상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죠.

대충 누룽지를 긁어낸 밥솥에 물을 부어 두숟갈 정도의 밥알과 함께 끓입니다.

긁은 누룽지를 뜯어 먹으면서 끓인 누룽지를 숟가락으로 떠먹게 하려는 거죠.


가래떡구이





재래시장이 집에서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틀에 한번 꼴로 뜨끈뜨끈한 가래떡을 한줄을 사서 네등분을 내어 가지고 오지요.

냉동실에 뒀다가 아침에 전자렌지로 살짝 녹힌 후 프라이팬에 올려서 약한 불로 구워서 줍니다. 단맛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종지에다가 꿀을 담는 것도 잊으면 안되겠지요?


멸치김밥


볶은 멸치 몇 개를 넣은 한입거리 김밥을 대여섯 개씩 먹입니다.

대부분 1회용으로 조리가 된 김을 사용하니까 명함크기 김으로 만든 꼬마김밥을 반으로 쪼개 놓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리저리 말참견도 하면서도 곧잘 하나씩 집어 먹게 되지요.

그런데 은근히 아이들 입으로 들어가는 밥 양이 생각보다는 많더랍니다.


시금치 된장국이나 오뎅국, 미역국


국물과 함께 밥을 내어오면 아이들의 눈빛이 처음에만 반짝합니다. 뭔가 풍성해보인다는 거겠죠.

허나 아이들의 느리디 느린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에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기가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많이 먹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지각에 대한 걱정만 안겨주니까요. 그런 날이면 여지없이 빨리 먹으라는 독촉의 말은 큰소리로 변해가기 마련입니다.


도너츠나 샌드위치와 우유


아이들이 달달한 것이 생각날 때면 그 전날부터 도너츠 타령을 해댑니다. 그럼 집에 오는 길에 불탄이 사오던가 아내가 미리 준비를 하게 되지요. 통째로 들고 먹을 때도 있지만 거의 가위로 한입거리 정도로 잘라서 우유와 함께 먹입니다.





요즘에는 한국야쿠르트에서 나온 '하루우유'를 잘 먹더군요. 아무래도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우유에 비해 유취가 적게 나는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불탄도 먹어보니 담백한 것이 달디 단 도너츠의 맛을 중화시켜주는 느낌을 받게 되더랍니다.


시리얼과 우유





이 시리얼도 아이들의 입맛을 유혹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가끔 뉴스를 통해 시리얼 성분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될 때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는 때도 있는데 이럴 땐 정말이지 환장하겠더랍니다.





아무튼 도너츠를 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리얼에 타 먹을 때도 '하루우유'에서는 유취가 나지 않으니 시리얼이 가지고 있는 곡물 본연의 맛을 더욱 담백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만족스러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제품 이름을 '성장 프로젝트 180'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이들 키성장에 도움이 되는 본펩과 비타민, 그리고 레반 DFA를 첨가시켰다고 하니 마음만큼은 흡족할 수밖에 없겠지요.

대충 이 정도로 불탄은 아침마다 아이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바쁜 아침시간, 여러 님들께서는 귀댁의 자녀들에게 어떤 아침상을 차려주시나요? 더 멋지고 간편하고 좋은 아침 상차림을 알고 계신 님들께서는 제게도 살짝 귀띔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