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눈에 비친 초코파이의 새로운 CF, 파이로드를 따라~
초코파이 한 봉의 중량은 35g입니다. 허나 그 중량만으로는 초코파이를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됩니다. 하나의 단일 제품만으로, 그것도 제과라고 하는 비교적 단가가 낮은 제품임에도 매출 1조 원을 돌파해낸 최초의 제품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연히 보게 된 오리온 초코파이 CF가 오늘따라 많은 생각을 하게끔 강요하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먼저 불탄의 머릿속에 순식간에 들어온 초코파이의 새로운 CF ‘파이로드를 따라 지구와 情을 맺다’편부터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불탄은 박카스 CF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동아제약을 대표하는 제품으로서 박카스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에 그 초점을 맞췄던 포스트였죠.
그렇습니다. 동아제약에 박카스가 있다면, 오리온제과를 대표하는 제품에는 초코파이가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오리온제과를 있게 한 일등공신으로 초코파이를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이 CF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초코파이가 하고픈 말이 무언지 확연히 느껴지더랍니다. 귓가에 가까이 다가와 낮게 속삭이는 그 목소리는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하 40도의 추위가 있는 러시아도 두렵지 않았고, 높은 낭떠러지가 있는 중국도 두렵지 않았으며, 열대의 태양이 있는 베트남도 두렵지 않았다."며, "그러니 앞으로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거라고, 그렇게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가면서 지구촌 곳곳에 파이로드를 건설하겠다.”고 다짐하는 듯한 신념의 메시지를……
초코파이가 처음 만들어진 건 1974년입니다. 카스테라나 크림빵에 익숙했던 당시로서는 초콜릿과 마시멜로, 그리고 비스킷을 첨가해서 만든 초코파이가 무척이나 신기하고 맛있는 제품이었을 겁니다.
이후 지금과 같은 글로벌 제품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족정서인 정(情)을 내세운 1989년도의 캠페인 광고가 히트를 치면서 굽혀지거나 꺾여지지 않는 매출의 성장곡선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내수시장의 안정은 해외시장에서의 기회를 의미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후 초코파이는 OEM 방식마저 거부하고 직접수출의 활로를 뚫기 시작했고,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으로의 진출을 차근차근 이뤄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의 초코파이는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걸까요?
일단, 러시아에서 갖고 있는 초코파이의 위상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 유럽을 이어주는 관문의 역할도 하는 곳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초코파이를 결혼답례품으로 준비할 만큼 그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져 있습니다. 지인의 집을 방문할 때 들고 가는 선물로나, 부유층 자녀가 자신의 생일 상차림 음식으로 가장 선호하는 메뉴라고도 하고요.
베트남의 경우에는 제사상에까지 초코파이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포스트를 여기에 링크시켜 놓겠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초코파이의 새로운 CF ‘파이로드를 따라 지구와 情을 맺다’를 살펴 보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하나의 CF로 인해 이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공부가 되었기에 뿌듯한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情’에 호소를 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는 ‘仁’과 ‘美’를 강조했던 초코파이입니다. 그렇게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아울러 시장진입 초기부터는 컬러마케팅과 고급화 전략을 적절히 실행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겁니다.
CF에 담겨져 있는 초코파이의 해외성공사례를 많은 국내기업들이 읽어내고, 또 배울만한 것이 있다면 벤치마킹을 해서라도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인기를 구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 봅니다. 다만,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고 있는 CF인지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게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